
[특별기고] 오늘도 해외 의사들이 척추내시경을 배우고 싶다며 연수를 신청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필자는 항상 3~4명의 해외 연수생과 함께 지내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도 외롭지 않게 병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제자들 덕분이었다.
최소 6개월 이상 운영되는 수련 프로그램은 이미 해외에서 잘 알려져 있어, 외국 전공의들이 3~4년 후를 내다보고 신청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설렘도 적정진료관리팀에서 온 이메일이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내시경 수술에 대해 ‘삭감 통보’를 알리는 내용 때문이다.
삭감 이유는 다양하다. 협착증이 심하면 내시경 적응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방형 수술을 했어야 하는데 내시경으로 시행한 경우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해외 연수생들이 수술실에서 놀랍다고 박수 치며 배우려는 그 수술을, 정작 국가는 인정하지 않는 현실. 이것이 바로 K-척추내시경이 맞닥뜨린 아이러니한 현실이자 역설이다.
기술은 세계 일류 수준인데 관련 산업은 '중진국 수준'
반도체·자동차·조선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국격에 비해 의료기기산업은 여전히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한민국 척추내시경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의사들은 많지만, 내시경 관련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일부 업체가 있더라도 핵심 부품은 중국이나 독일에서 도입, 단순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시경 수술에 필수적인 고주파 발생 장치 관련 건강보험 수가가 30년 전(前)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적절한 보상이 없다 보니 국내 업체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사이 중국 기업들은 한국 제품을 모방해서 유럽·동남아·남미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전문가로서 이런 현실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혁신에 대한 보상 없는 시스템→관련 산업, 발전은 커녕 고사
척추내시경 유합술의 경우 문제는 더욱 분명하다. 지난 2017년 허동화 교수가 미국 학술지 Neurosurgical Focus에 발표한 논문(doi: 10.3171/2017.5.FOCUS17146)을 기점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이 이뤄졌고, 국내 기업들도 확장형 케이지를 출시했다.
확장형 케이지는 일반형보다 우수성이 커 해외에서는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제품과 같은 가격으로 묶여 있다.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할 유인 동기가 사라지는 이유다.
사회주의적 구조를 지닌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의료기기 회사들은 정당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보상이 없다면, 어느 기업이 막대한 비용 등의 위험을 감수하며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겠는가.
5년 내 글로벌 기술 평준화 전망, 그 이후 대한민국 산업 전망 암울
K-척추내시경이 세계를 주도하는 작금의 시기는 수출 시장을 개척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제도적 걸림돌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K-의료 세계화’는 불가능하다.
기술 평준화는 언젠가 반드시 다가온다. 필자는 그 시점을 5년 내로 전망한다. 그때가 되면 외국인 의사들 연수 수요는 급감할 것이고, 한국에서 배운 술기를 토대로 미국·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다시 한국을 기술 종속 상태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미루는 사이, 그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국제 표준을 만들어갈 것이다.
정부와 유관 기관들이 뒤처진 의료기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이 성남산업진흥원, 분당서울대병원,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과 함께 추진 중인 광역형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지원센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태 척추수술 포럼도 국산 의료기기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
그러나 이는 제도권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일 뿐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로드맵을 다시 그려야 한다. 30년 전 수준에 묶여 있는 보험수가 현실화를 비롯해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가격 차등화,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 제공이 시급하다.
핵심은 단순하다. 'Money makes the way', 적절한 투자와 보상이 있어야 혁신이 지속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K-척추내시경의 세계적 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K-척추내시경이 진정한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가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간은 길지 않다. 기술 평준화가 오기 전(前), 아직 우리가 선두에 서 있는 지금이 제도 개선과 산업 육성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K-척추내시경이 K-반도체, K-자동차처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날을 위해, 지금 당장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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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Neurosurgical Focus (doi: 10.3171/2017.5.FOCUS171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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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y makes the way', .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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