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신약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미래
홍승환 책임연구원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2023.03.20 06:25 댓글쓰기

신약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천문학적 투자비가 요구되는 도전적인 과제이다. 신약개발에서의 어려움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문제 복잡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에 비유를 해볼 수 있다. 탐색해야 할 영역이 넓으면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약물이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선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한다. 


약효 자체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독성이나 부작용, 그리고 약동학적 조건들도 만족해야 한다. 하나의 조건이 추가될 때마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물질 수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생각해보면 10가지 조건이 있을 때, 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물질의 수는 1/1024로 줄어든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약물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약물 유용성은 실제로 환자에게 투여해야만 알 수 있다. 인체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고, 임상시험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아무리 데이터를 잘 만들어도 임상시험 이외 데이터는 간접적인 증거일 뿐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순 없다.

 

인공지능(AI) 도입


인공지능 도입은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인공지능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법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학습하는 기계학습 중 하나인 딥러닝이다. 기계학습은 수학적인 모델을 설계하고, 통계학을 기반으로 모델이 데이터들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파라미터를 최적화하는 방법론이다. 


신약개발 과정이 다양한 만큼, 인공지능은 신약개발의 다양한 영역들에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데이터다. 


20세기 중반 DNA의 구조와 단백질 구조들이 밝혀지고, 21세기 초에 차세대 시퀀싱 기술이 개발되고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100년 이상 쌓여온 신약개발 데이터들이 누적되면서 제대로된 활용이 신약개발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바뀌고 있다. 


신약개발에서 AI의 활용은 이러한 데이터 활용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찾아서 분석하던 작업을 분자 간 유사성, 단백질 간 유사성, 분자와 단백질의 관계 등을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진행해 준다면,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


약물 설계뿐만이 아니라, 유전체 등 바이오 데이터의 분석 또한 마찬가지다. 수많은 바이오 데이터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데이터로부터 신약개발 과정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I신약개발 오픈이노베이션


AI 신약개발 종사자들은 흔히 협업이 답이라고 말하지만, 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원활하게 대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분야마다 같은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일도 흔하다. 


협업을 위해선 자신의 분야만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지 이해하려는 생각이 필요하다. 서로 배우고 상대를 존중하려는 자세가 없다면, 협업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없다. 


현재는 AI 회사와 제약바이오기업이 각각 기술을 개발하다가, 협업을 위해 만나면서 서로 다양한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AI 활용 신약개발은 AI 따로, 실험 따로 진행해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서로에게 맞춰가야 한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약물을 탐색해도, 실험적 검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전체 기간은 단축되지 않는다. 사업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공정 같은 것이다. 서로 잘 맞물려 가야만 최대의 효율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서로 긴밀하게 맞춰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현재는 AI신약개발 산업이 약물 발굴에 대한 가중치가 높지만, 점차 신약개발 전 과정으로 쓰임새가 넓어질 것이다. 신약개발에서 발견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대부분의 시간과 비용은 이 과정에서 소모된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논의할 때, AI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보다, 신약개발의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많은 AI 회사들이 보유한 기술과 성공사례들을 보면, AI 기술이 신약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과도한 믿음과 기대는 산업 발전에 독이 될 수 있다. 


아직 AI가 신약개발의 성공을 보장하거나, 시간과 비용을 실제로 단축했는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AI 신약개발 기술은 도입기이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앞으로 성숙기를 거치며 더 개선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AI 활용 신약개발 기술을 개선하는 것은 AI 개발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술의 활용자인 신약개발 전문가들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술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술 용역이 아니라 혁신사례를 남기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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