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인 기준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가장 큰 영향권에 해당하는 의료 분야의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초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급증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적색등이 켜진 만큼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건강보험 당국의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인 연령 상향에 가장 민감한 중앙부처는 단연 보건복지부다. 의료와 복지 정책을 관장하는 부처인 만큼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고심이 가장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치매검진사업, 치매치료관리비 지원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복지시설, 치매안심센터, 노인돌봄서비스 등이 모두 복지부 소관 업무다.
그 중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노인 의료비’가 가장 큰 고민이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48조9011억원에 달했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7.9%를 차지하는 노인인구 922만명의 진료비가 전체의 44.1%를 차지했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3만4000원이었다.
지속적인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 진료비는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적자 우려가 나온다. 결국 젊은 세대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65세 이상 노년층이 차지하는 급여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70년에는 78.8%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추계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2026년부터 건보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누적 준비금까지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의료비 폭증, 2030년 준비금 소진
보건당국, 70세 상향 움직임에 고무적
65→70세 확정 시점은 새정부 출범 이후
그 중에서도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노인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때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지 않으면 1500원의 정액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 제도다.
노인 의료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1995년부터 시행됐다. 다만 2018년 제도 개편 이후 1만5000원 초가 구간별로 본인 부담 비율을 높여가는 '계단식 정률제'를 적용 중이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환자가 이 제도를 통해 경감받은 금액이 856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노인 기준연령 상향시 수 천억원의 건보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그동안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노인의료 제공체계 개편 차원에서 노인외래정액제를 손보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복지부는 노인외래정액제 적용 나이를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정액·정률 구간과 금액 기준을 조정하는 등 정액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로 매년 늘어나는 노인진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문제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의 핵심 과제라는 인식의 발로였다.
하지만 기초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법적 정년 등 굵직한 사안들이 모두 노인연령과 얽혀있는 탓에 쉽사리 추진되지 못했다.
공회전을 거듭하던 노인 기준연령 상향은 최근 당사자인 노인회와 학계, 시민단체가 그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며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대한노인회, 한국노년학회,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최근 ‘노인 기준연령 사회적 제안문’을 발표했다. 65세인 기준을 70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인회, 학계, 시민단체 등 민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70세’라는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 기준연령은 1981년 노인복지법에서 65세로 규정된 이후로 45년 째 유지되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기대수명은 15.6세가 증가한 83.5세로 높아졌고, 70세 건강 수준은 10년 전 65세와 유사한 만큼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고무적인 반응이다. 다만 워낙 첨예한 문제이고, 조만간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새정부에서 본격화 하겠다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을 비롯한 각종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노인 연령기준 상향은 거스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인 노인회와 전문가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새정부 출범 이후 추가 논의를 거쳐 정책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