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마치고 ‘진료·교육’ 매진
이철 서울아산병원 교수
2015.03.09 11:02 댓글쓰기

서울아산병원 의사 출신으로는 첫 울산대학교 총장이 된 이철 교수가 4년 총장 임기를 마치고 의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서울아산병원으로 돌아왔다. 총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의대교수 정년을 맞았던 이철 교수. 하지만 대한민국 의학교육 및 수련교육에 관한 자타가 공인하는 그는 금년 2월28일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예전 병원 연구실에 인생 2막의 둥지를 틀었다. 아직 짐 정리가 끝나지 않은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좁게는 정신과 후학양성과 넓게는 인성과 지식을 겸비한 의사 교육을 지향하는 그에게서 울산의 추억과 앞으로의 소박한 꿈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자문교수지만 주 3∼4일 진료 통해 의사 역할 충실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이철 전 총장의 첫마디는 의외로 “정신과학교실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였다.


이철 전 총장은 “울산대병원장과 의무부총장, 울산대학교 총장 등 보직을 맡고 있던 10여 년 동안 의과대학과 정신과학교실에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미력이나마 과가 발전하고 또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문교수로 지내는 2년 6개월 동안 병원행정이나 교육정책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후학양성을 위한 교육에만 힘을 쏟겠다”는 열정을 내비쳤다.

그는 ”현행 과 시스템을 흔들고 바꾸는 것이 아닌 과의 체계에 맞는 합리적 참여와 적정한 조언을 할 것이다. 내가 왔다고 의국원들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농(弄)을 던졌다.


이 전 총장은 또 그동안 소홀했던 환자 진료도 일주일에 3회 이상 진행할 계획이다.


4월 13일 첫 진료를 시작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와 스트레스상담센터, 심장내과 외래 스트레스관리클리닉에서 주 1회씩 환자를 볼 예정이다. 그리고 여건이 되면 한번 더 진료를 보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진료·연구보다 의학 교육자 길 걸어 이정표


이 전 총장은 “의대 교수로서 나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가 넘치고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어떤 양질의 교육을 수행해 주목받는 리더를 길러내느냐 하는 것이 교육자의 숙제이자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벅찬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수련생들을 교육하고 대학에서 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내 용도는 이제 다했다”고 퇴임의 변(辯)을 갈음했다.


지난 2011년 울산대학교 총장에 취임해 4년의 임기를 마친 이철 전 총장은 앞서 1996년부터 2002년 서울아산병원 교육부원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울산대병원장,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울산대학교 의무부총장을 지냈다.


이 전 총장은 교육부원장 등의 이력과 더불어 대한의학회 임상의학 및 수련교육이사,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등을 거치면서 의대생 교육과 수련환경 등 대한민국 의료진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그는 “젊었을때 서울아산병원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이 병원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 병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했다. 의대교수는 진료와 교육, 연구 모두를 병행해야 하지만 나는 교육에 더 큰 무게를 뒀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나의 실수와 실패에 대한 경험담을 후배들과 나누고 선진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서울아산병원 수련의들에게 최고 양질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었다”고 회고하면서 ”만족스럽지 않지만 내 용도는 내가 목표한 것보다 훨씬 더 잘 쓰인 것 같다”고 평하면서 엷게 웃었다.


전공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신념 실천


이철 전 총장은 서울아산병원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교육수련부장, 교육부원장 등을 역임하며 전공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신념을 보여 왔다.

서브인턴제와 인턴 교수추천제를 국내 병원계에서는 처음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병원 교육수련부장을 맡고 있을 당시 타대 의과생들에게 서울아산병원에서의 실습과 병원시스템 등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이철 전 총장은 “원하는 임상과에서 실습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서울아산병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해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했던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각 의과대학 교수들이 책임감 있게 학생들을 지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턴교수추천제를 도입하고 그들이 추천한 학생들이 어떤 과를 지원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직접 친필카드를 작성, 해당 교수들에게 보내는 열정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자신이 추천했던 학생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지도교수들은 궁금하다. 학생이 지원한 과와 생활상 등을 메모한 연하장을 보냈는데 마지막 해에는 전국적으로 670여명의 교수들에게 친필 카드를 보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그 많은 학생들의 생활상을 일일이 기억하고 수고스러운 친필카드를 보낼 수 있었을까. 그는 “힘은 좀 들지만 2~3일만 수고하면 된다. 애지중지한 제자들을 타병원으로 보내고 전공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 할 교수들을 생각하면 나의 고생은 그리 수고스럽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아산병원 눈부신 발전 자랑스럽지만 자만하고 안주하면 안돼”


이철 전 총장은

“전공의 수련과 교육을 담당했던 내가 대학총장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서였다. 울산대학교 학생을 준비된 글로벌 리더로 키우고 싶었으며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총장 재임시절을 돌아봤다.

지난 4년의 임기동안 이철 총장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국내 최고의 산학협력교육과 함께 인성 및 글로벌역량교육을 강화했다.

그 결과,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지방대학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울산대학교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의 2014년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비수도권 사립종합대학 중 1위에 올랐다.

네덜란드 라이덴연구소가 세계 750대 대학을 대상으로 한 ‘2014 라이덴 랭킹’에서는 국내 종합대학 중 4위를 차치하기도 했다.


취업정보지 캠퍼스 잡앤조이가 조사한 ‘뛰어난 졸업생 배출’ 부문에서 비수도권 사립대학 중 이공계 3위·상경계 4위·인문계 5위였고, 국내 상위 10대 기업 임원배출 부문에서는 12위에 올랐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이철 총장은 “우수하고 열성적인 교수진과 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든든한 재단이 있었기에 좋은 대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울산대학교는 울산시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대학으로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대학, 지역사회 구심점이 되는 대학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총장의 역할은 대학 비전과 방향, 윤리적 긍지 등을 제시하고 학교정책과 교육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수로서 정년을 맞았지만 병원이 내게 기회를 준 만큼 이제 본업인 의사로 돌아와 열심히 진료하고 후학 양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철 전 총장은 “서울아산병원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 박수를 보내지만 현재 모습에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되새겨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싸고 빠르게 잘 고쳐주는 병원이 되기 위해,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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