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요기간은 평균 11.3개월이었다. 최소 12~18개월은 걸릴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원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최근 보건사회약료학술대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지난해 말까지 코로나19 개발을 완료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3곳을 대상으로 개발과정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세 회사 모두 작년 1월부터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 mRNA 기반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미국에서 같은해 12월 2일과 12월 9일 각각 허가 받았고, 바이러스 벡터 기반 AZ 백신은 12월 30일 영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 백신 개발에도 10.7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에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최소 12~18개월은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021년 2분기 말이나 3분기에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세 회사가 백신 개발부터 허가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었다. 이상원 교수는 "이는 기존 통계 수치보다 1/10 이상 단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백신이 개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전 세계적 코로나19 유전체 서열 정보 공유 △기술력 보유 바이오테크 활성화 △민관 협업 파트너십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해독한 코로나19 유전체 서열이 작년 1월 5일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GenBank)에 등록됐고, 일주일 뒤에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다.
이 교수는 "중국이 코로나19 유전 정보를 공유한 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국의 코로나19 환자로부터 얻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공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됐다"며 "이 같은 정보 공유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혁신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들이 확립한 플랫폼 및 치료제 기술을 백신 개발에 활용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 글로벌 파이프라인에 포함된 임상과제 5393개 중 3720개(70%)를 바이오벤처가 보유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있어 빅파마보다 바이오벤처의 영향력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생명공학기업이, AZ는 영국 옥스퍼드 백신그룹이 초기 임상을 주도한 뒤 이후 글로벌 제약사가 파트너로 협력했다.
이상원 교수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원천은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벤처에서 많이 이뤄진다"며 "우리도 대학 기초연구 및 바이오스타트업의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백신 개발 단계마다 산·학·연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다. 화이자 백신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 독일 '바이오엔텍'이 mRNA 백신연구를 진행한 후 화이자와 중국 Fosun제약이 임상을 주관했다.
백신제조기술 협력을 위해 위탁생산 및 위탁개발업체인 '폴리문'과 '렌츠슐러'가 동참했으며, 독일정부가 임상시험 연구비를 지원하고 영국·미국·일본 정부는 사전구매 계약을 체결해 리스크 부담을 줄여줬다.
이 교수는 "개발 단계별로 기업과 연구소, CRO 및 CMO가 파트너로 협업을 해 백신 개발 과정이 속도를 냈다"며 "이는 화이자뿐만 아니라 모더나, AZ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발기간 단축에 있어 정부 정책의 도움도 상당했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임상연구부터 사전구매까지 적극 지원하며,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줬다.
화이자는 독일 정부로부터 3억7500만 유로(약 5000억원)의 연구지원금을 받았고, 모더나는 임상 지원을 NIH가 맡았다. AZ는 UK Research and Innovation(UKRI)로부터 220만 파운드(35억원)를 지원받았다.
미국 정부는 백신개발 초고속 정책(OWS)의 일환으로 화이자 백신 19억5000만 달러(2조2000억원), 모더나 백신 24억5500만 달러(2조7000억원), AZ 백신 12억 달러(1조3000억원)에 사전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상원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정부가 전면적으로 담당했던 공적 업무를 정부와 민간이 서로 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PPP)의 형태로 함께 추진했다"며 "공중 보건 위기 속에 민관의 협력이 단기간 백신 개발이란 성과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제2, 3의 코로나를 대비해 인허가 정책, 플랫폼 및 신약 개발 정책에 이 같은 사례를 응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면 좋겠다"며 "누구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주도할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복기해 보고, 국제 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해 어떻게 실익을 챙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