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신신경용의약품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환인제약이 지배구조 전환의 핵심 국면에 진입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광식 회장이 장남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이원범 대표에게 대규모 지분을 증여하며 '2세 체제' 구축을 공식화했다.

창업주, 지분 절반 증여…이원범 대표 최대주주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환인제약 이광식 회장은 보유한 20% 환인제약 주식 중 절반가량을 이원범 대표에게 증여한다.

증여 대상은 약 186만 주 규모로, 이번 증여가 완료되면 이원범 대표는 13.7%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회장 지분은 반대로 약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번 증여는 단순한 가족 간 재산 이전을 넘어, 경영권 이양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원범 대표 중심 2세 경영이 공식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증여 시점이 주가가 비교적 낮은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환인제약 주가는 최근 10년 기준으로 2018년 2월 14일 2만9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며, 5년 기준으로는 2021년 7월 2일 2만3550원이 최고점이었다. 현재 주가는(10월 24일 기준) 1만820원이다.

상장주식 증여 시에는 증여일 전후 4개월 평균 주가가 과세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인제약은 이광식 회장이 1982년 설립한 이후  꾸준히 정신신경계 의약품(항정신병제, 항우울제, 수면제 등) 분야를 집중 육성하며, 해당 시장에서 국내 1위 수준 점유율을 확보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쿠에타핀', '아고틴', '에프람' 등이 있으며, 특히 정신과 전문약 시장에 특화된 영업망과 연구개발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제약산업 전반의 약가 인하, 경쟁사 진입 등으로 인해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영업이익률도 하락세를 보여왔다.

최근 3개년 실적을 보면 매출은 2022년 1989억 원, 2023년 2303억 원, 2024년 2595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22년 298억 원, 2023년 301억 원, 2024년 214억 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로는 상장 기업인 건강기능식품 회사 비피도와 비상장 기업인 신약개발 회사 앰브로비앤피, 건기식 회사 애즈유 등이 있다. 

비피도 역시 2022년 영업이익 12억 원에서 2023년 -3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더니 2024년 -44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이 같은 실적 부진과 업황 변화 속에서, 창업주의 경영 일선 후퇴와 후계자 체제 안착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원범 대표, 경영권 공식 승계 후 첫 시험대

이원범 대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이번 증여로 명실상부한 오너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의 과제는 단순한 지분 승계가 아니라 경영능력 입증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있다. 현재 환인제약은 정신신경용 치료제에 집중돼 있으며 신약개발 성과는 미미하다.

환인제약은 2018년 이후 진행해온 신약 개발 과제 총 4건을 독성 이슈 및 효능 부족, 약동학(PK) 미달 등의 이유로 개발 중단했다.

회사가 2020~2021년 시작한 신약 파이프라인 5건은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선도물질 확보 또는 타깃 검증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이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오틱스, 동물의약품 등으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며 지난 2023년 정관에 '동물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추가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본격화했다.

다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제한적이고, 시장에서는 환인제약 2세 경영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성장성 회복과 함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