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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형사 특례 등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의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범위와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30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따른 연구 용역과제 중간결과 발표회’를 열고 관련 기준안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연구 결과와 함께 제도 적용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와 보완 방향이 논의됐다.
의학회 “의료진 보호 요건 복잡”…김윤 의원 “환자·시민단체 주장은 반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인사말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법적 보호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근본적인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이 회장은 “형사책임 특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위험 필수의료와 설명 의무 이행, 12대 중과실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이처럼 복잡하고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윤 의원은 먼저 “법을 만들 때 항상 제약 조건 속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좀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 제정 과정에서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의 서로 다른 요구를 조율해야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분쟁조정법 문제와 환자단체·시민단체가 얘기하는 문제가 반대”라며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기 때문에 이 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시행하느냐의 문제”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심의위원회를 적절히 운영하면 의료진 법적 부담을 줄이는 결과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위험 필수의료 1440여건·중과실 심의안 등 제시
이날 연구진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후보 목록을 약 1440건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용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법제이사는 “각 학회에서 제출한 1926개 항목의 중복을 통합한 결과”라며 “아직도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선정에는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또는 이에 준하는 분야를 대상으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1·2등급과 전문진료질병군 등을 기준으로 활용했다.
해당 기준에 들지 않는 행위도 학회가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면 검토를 거쳐 포함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11월 중순까지 목록을 확정하고 같은 달 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시행령 관련, 구체적인 행위 목록을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정하는 1안과 시행령 별표에 직접 규정하는 2안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1안에 대해 “의료 기술 발전을 반영할 수 있는 법 제도”라며 “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고위험 필수의료 목록을 지속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시행령 별표에 직접 규정하는 경우 복지부 장관에게 개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부과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의사, 환자, 관련 단체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2안에 대해서는 “법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직권적이고 경직적인 부분이 있다”며 “시행령 개정이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의료 기술 발전을 반영할 수 없어 현실적인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고시안에는 2년마다 목록을 개정하고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검토해 결과를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중대한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은 의료행위 당시 상황을 고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의료분쟁조정법에 나열된 12개 중대한 과실 유형만으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구책임자인 김지홍 대한의학회 필수정책이사는 “26개 학회가 제출한 중과실 검토 사례 777건 가운데 해당 사례는 123건, 비해당 사례는 654건이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법조문에서는 중대한 과실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만 명문화하고 추상적 기준과 판례, 환자 안전 지표를 기준으로 사안 별 판단하는 방향의 법안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중대한 과실 제7~9호 판정 시 ‘중대한 신체 손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손상 범위 기준이 명시되지 않은 부분과 응급현장의 중대한 과실 개념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중대 과실 판정을 위한 다양한 유형별 해당·비해당 사례 설명과 심의 가이드라인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합리적인 결정에 도움을 줄 구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현장 특성에 따라 향후 주기적인 개정을 통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계 “실질적 보호 필요”…소비자 “범위·예외 확대 신중해야”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연구 결과 활용 방식과 보호 범위를 놓고 이견이 드러났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도 이를 참고할 법적 근거가 없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가이드라인에 준해 심의한다는 근거를 시행령 또는 심의위원회 운영 규정에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목록을 넓히면 보호도 늘지만 분쟁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중과실은 포괄적 개념으로 바꾸고 배상 발행을 조건으로 한 기소 제한과 자동 개시 연동은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까다로운 요건이라고 계속 얘기하지만 설명 의무 이행과 책임보험 가입 자체가 과도한 조건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의료사고 발생 시 한국소비자원에 가면 의료기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조정이 개시된다”며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자동 개시가 부담스럽다는 것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보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약 1400개 후보 행위가 국민이 생각하는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에 부합하는지 설명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과실 비해당 사례가 다수 제시된 데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기준과 그에 대한 합의가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윤 사무총장은 “범위를 넓혀놨다가 줄이는 것보다는 엄격하게 시작하면서 제도가 안착되고 잘 시행되면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영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서 하위법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과장은 “책임보험 가입과 중재원의 중재·감정 인력 확대를 통해 중재 기능을 보완하고 신속한 피해 구제가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법 취지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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