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5]
전공의 지원이 몰리는 대표적 인기과인 안과에서도 소아 분야는 예외다. 소아안과를 세부전공으로 택하는 젊은 의사는 드물고, 특히 치료가 어려운 소아망막은 지속적으로 맡아 경험을 쌓는 의료진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환자는 많지 않지만 아이와 부모 인생이 걸린 소아망막 치료 분야는 앞으로 희생하는 의사들이 줄어들면 미래가 암담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인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 들지만 보상 적어”
소아환자는 성인보다 검사와 외래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지만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수련 이후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자리도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다.
진료 난이도와 필요성에 비해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유인이 크지 않다보니 후속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늪에 빠져있다.
김용규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안과라는 인기과 안에서도 분과별로 확실히 갈린다”며 “소아 분야는 보람이 크지만 경제적 보상이나 향후 일자리에서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지다 보니 후배들에게도 선택하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인 소아안과 진료는 사시·신경안과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반면 소아망막은 성인망막을 주로 진료하는 전문의가 소아환자까지 함께 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대병원은 소아망막을 별도로 집중 진료하는 체계를 갖췄다. 어린이병원에서 소아망막을 맡도록 김 교수를 선발했으며, 이전까지 성인망막을 주로 진료했던 그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 현재는 소아환자만 보고 있다.
별도 전담 자리가 드문 배경에는 제한적인 환자 규모가 있다.
대표적인 미숙아망막병증은 미숙아라는 특정 환자군에서 발생하고, 유전성 망막질환이나 소아 망막박리 역시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때문에 소아망막만으로 충분한 진료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성인망막 진료와 병행하는 형태가 국내외에서 흔하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도 소아망막 환자가 많은 편은 아니”라며 “해외도 소아망막을 전담해서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 규모가 작다고 진료까지 성인망막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망막에서 소아망막으로 영역을 옮긴 김 교수 역시 질환과 진료방식 차이를 체감했다.
그는 “성인 눈과 소아 눈은 소아청소년과와 내과가 다른 것 만큼 차이가 크다”며 “소아망막을 맡으면서 질환 특성부터 진단과 수술 접근법까지 별도로 익혀야 할 만큼 진료방식 자체가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환자를 보던 경험만으로 소아환자까지 함께 진료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며 “지속적으로 진료하고 훈련하면서 경험을 쌓는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는 적고 품은 더 들어…전공 살릴 자리도 제한
소아망막 진료 부담은 검사 단계부터 드러난다. 어린 환자는 검사에 바로 협조하기 어려워 여러 의료진이 붙어 달래거나 자세를 잡아야 하고, 진정이 필요하면 별도의 모니터링까지 뒤따른다.
김 교수는 “성인은 여러 검사를 할 수 있는 시간에 소아는 하나를 겨우 하는 정도”라며 “외래에서도 한 명을 보기 위해 어르고 달래면서 여러 사람이 붙어야 하니 같은 시간에 볼 수 있는 환자 수부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검사에 투입되는 시간은 길지만 시행할 수 있는 종류는 적다.
성인망막 환자는 여러 영상검사를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소아는 같은 시간을 들이고도 일부 검사만 마치는 경우가 있어 병원 수익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미숙아망막병증 진료가 병원 내 젊은 의료진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병원에 따라 소아안과 또는 망막 의료진이 담당하며, 일부에서는 새로 합류한 젊은 교수가 선별검사 등 기본 검진을 맡기도 한다.
김 교수는 “경험이 많고 잘하는 사람이 봐야 하는 질환인데 실제로는 젊은 교수가 맡는 경우가 있다”며 “관련 모임에 가면 대부분 각 병원 젊은 교수들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젊은 안과의사 입장에서는 수련 이후도 고민거리다. 안과는 대학병원에서 익힌 검사와 수술 상당 부분을 개원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지만 소아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김 교수는 “안과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배운 것 대부분을 개원해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는 큰 병원이 아니면 배운 것을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아 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소아마취가 가능한 인력과 시설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개원가에서 세부전공을 그대로 살려 진료와 수술을 이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병원 내 인력 충원 역시 수익성과 무관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수익이 높은 분과는 인력을 충원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며 “사람이 많아지면 업무를 나누면서 선순환이 생기지만 소아 쪽은 하겠다는 사람이 줄고 있어 기존 교수들이 퇴임하면 그 다음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환자를 치료할 때 의료진이 느끼는 부담도 있다. 그는 “안과에서도 힘든 진료에 비해 보상이 적고 법적인 위험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80대 환자와 신생아를 치료할 때 느끼는 부담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가능한 수술도 서울로…경험 줄며 악순환 반복
소아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는 지역 의료진이 진료 경험을 유지하는 문제와도 맞물린다. 의료진이 치료 역량을 갖추고 있어도 보호자가 아이만큼은 큰 병원에서 진료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김 교수 경험이다.
최근에는 망막박리로 수술이 필요한 8세 환자가 지역에서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아주 어린 환자가 아니어서 수술 방법이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지역 숙련된 망막 전문의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사례였다.
김 교수는 “지역에도 충분히 수술할 수 있고 저보다 더 잘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 입장에서는 가장 큰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 어린 환자나 특수한 질환은 소아망막 경험이 충분한 의사 진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소아망막 환자가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교수 생각이다.
환자 이동이 반복되면 지역 의료진이 소아환자를 접할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
김 교수는 “계속 환자를 보며 경험을 쌓아야 진료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데 환자가 줄면 그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며 “진료 경험이 뜸해지면 다시 맡기가 어려워지고, 환자도 서울로 가길 원하면 결국 보내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소아 진료에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을 보상체계에 보다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 지적이다. 특히 외래와 검사는 수술에 비해 개선이 더딘 영역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외래나 검사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수가가 높아진다고 바로 의료진 급여가 오르거나 병원에서 인력을 추가로 뽑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소아 고난도 수술 수가 인상은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김 교수는 “소아 수술 수가가 많이 오른 뒤 큰 병원들도 관련 진료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반응이 나타났다”며 “보상이 달라지면 병원도 그에 맞춰 움직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망막을 진료하는 의료진 사이에서는 부족한 경험을 나누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해외 학회에서도 소아망막을 주된 관심분야로 삼는 의료진이 많지 않았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진료를 맡은 젊은 교수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후속 인력을 늘리는 것 만큼 이미 이 분야를 선택한 의료진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소아 분야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좋아서 선택한 사람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사기를 꺾는 요인을 줄이고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획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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