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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민·문수연·박한재 기자 / 기획 上] 비대면진료 정식 제도화가 오는 12월 2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처방일수 제한과 지역 기준 설정 등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정부 개정안이 초진 및 지역 허용 범위를 넓혀 ‘대면진료 보완’이라는 원칙을 훼손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반면, 플랫폼 업계는 이용자 불편을 내세워 규제 완화 서명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단 몇 초 만에 전문의약품이 처방되는 등 환자 안전관리 허점이 여전한 실정이다. 데일리메디가 비대면진료 처방 실태와 제도화를 둘러싼 이면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탈모치료제 처방에 걸린 시간은 단 48초였다. 여드름 치료제는 전화 연결 즉시 “이소티논 처방해 드리면 돼요?”라고 물었다. 증상이나 치료 이력 확인이 아닌 의약품 처방부터 묻는 방식이었다.
데일리메디가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오른 전문의약품 3종을 대상으로 직접 진료를 받아본 결과, 처방 과정에서 안전관리 허점이 드러났다.
취재 당시 닥터나우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인데놀’은 4위, ‘이소티논’은 5위, ‘미녹시딜’은 10위였다. 각각 시험·면접 전 긴장 완화, 여드름 치료, 탈모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이들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을 고려, 환자의 건강 상태와 복용약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진료에서는 주요 위험요인에 대한 질문이 충분하지 않거나 환자가 신청한 의약품을 중심으로 처방이 진행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심지어 한 의료진은 비대면진료 통화를 종료하지 않은 채 다른 환자의 대면진료를 진행해 제3자의 의료정보가 전달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인기 높은 전문의약품, 손쉬운 접근…증상보다 처방 여부
취재진이 닥터나우에서 경구 미녹시딜 처방을 신청하자 의료진과의 진료는 48초 만에 끝났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환자가 탈모치료제로 경구 미녹시딜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미녹시딜은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의약품으로, 탈모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허가사항 외 사용에 해당한다. 혈압 저하와 빈맥, 부종 등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처방 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1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진료에서 심혈관계 병력과 병용약, 혈압 상태 등은 충분히 검토될 수 없었다.
이에 취재진이 먼저 심장질환 관련 위험성을 묻자 의료진은 평소 혈압이 정상이라면 반 알씩 복용해도 괜찮다는 취지로 답했다.
여드름 치료제 이소티논(성분명 이소트레티노인)은 진료 시작부터 처방을 전제로 한 질문이 나왔다.
의료진은 전화 연결 직후 “이소티논 처방해드리면 돼요?”라고 물었다. 취재진이 처음 복용하는 약물인데 별도 검사나 추가 진료 없이 복용해도 되는지 질문하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영양제를 복용 중'이라고 하자 의료진은 제품명이나 성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상관없다"고 안내했다. 다만 이소트레티노인 등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와의 병용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소트레티노인은 비타민 A 유도체로, 비타민 A가 함유된 영양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비타민 A 과다에 따른 독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병용을 피해야 한다.
그럼에도 복용 중인 영양제에 비타민 A가 포함돼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소트레티노인은 강력한 기형유발 위험이 있어 임신 가능성과 피임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간기능과 혈중 지질 수치 등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통화에서는 임신 가능성이나 간질환, 지질 이상 여부 등에 대한 별도 질문도 없었다.
더욱이 의료진은 취재진이 처방 적정성이나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 지에 대해 묻자 “어떤 여드름인지 모르겠는데”라고 답했다. 환자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로 처방이 이뤄졌다.
환자가 약물 선택 이유와 복용 기간 등을 2분 30초가량 질문하자 “뭘 그리 많이 물어보시나”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의료진은 통화를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환자의 대면진료를 진행했다.
약 1분 30초 동안 청력검사 결과와 이명, 혈압, 감기 증상 등에 관한 상담이 이어졌고, 해당 내용은 비대면진료를 받던 취재진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는 “개별 의료인 실수로, 회사 입장을 밝히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유사 사안이 민원으로 접수될 경우 해당 의료기관과 소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진했지만 혈압·맥박 확인 한계…의료진 신원 확인도 쟁점
수능을 앞두고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 인데놀(성분명 프로프라놀롤) 처방 과정에서도 비대면진료의 한계가 확인됐다.
인데놀은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로, 시험이나 면접 전 긴장으로 인한 두근거림 완화를 위해 처방되기도 한다. 그러나 저혈압과 서맥,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취재진이 긴장 완화 목적으로 처방을 요청하자 의료진은 천식과 심혈관질환 여부, 기존 복용약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확인했다.
혈압 저하와 어지럼증 가능성도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1알을 복용하고 어지러우면 반 알로 줄이라고 안내했다. 복용 시점은 긴장 상황 약 1시간 전으로 설명했으며, 처방 수량은 5알을 제안했다.
그러나 진료는 화상 연결 없이 음성통화로만 이뤄졌으며, 혈압과 맥박 등 객관적인 생체징후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복용 방법이 결정됐다.
특히 인데놀은 심혈관계에 직접 작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환자의 주관적인 설명만으로 위험요인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도 혼선이 있었다.
취재진은 비대면진료를 예약한 뒤 40분 동안 연락을 받지 못해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나 한참 뒤 의료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의료진은 알림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플랫폼에는 의료진의 이름과 소속 의료기관이 표시됐지만, 환자가 실제 통화 상대방이 등록된 의료진과 동일인인지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는 “닥터나우와 제휴된 모든 의료인은 의사면허증, 전문의 자격증, 소속 의료기관 사업자등록증 등 식별 정보를 제출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제휴 의료진 자격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에 대한 답변으로, 실제 진료 시 통화 상대방과 등록 의료진의 동일성을 어떻게 확인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처방권 침해 우려”…DUR로 부실 문진 보완 가능할까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정식 제도화를 앞두고 정부는 진료 대상과 처방 기준 등 세부 규정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비대면진료 특성상 진단 정확성과 의약품 오남용,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특히 이번 취재에서는 환자가 진료에 앞서 특정 의약품명이나 성분명을 직접 검색·선택하는 플랫폼 구조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닥터나우는 이용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먼저 선택한 뒤 진료를 신청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정 의약품을 전제로 상담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료진의 독립적인 처방 판단이 중요하다.
회사 측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른 처방과 약국의 DUR이라는 이중 보호장치가 있다”며 “대면진료에서도 복용약이나 내원 목적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듯 사전문진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는 병용금기와 중복투약 등의 위험을 점검하는 체계로, 환자 증상이나 질환에 해당 의약품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의사의 문진 자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실제 이번 이소티논 사례에서는 의료진이 환자 증상을 충분히 파악하기에 앞서 처방 여부부터 확인했다는 점에서 사전 의약품 선택이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실 문진 관리 여부에 대해서도 닥터나우는 플랫폼 개입에 선을 그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의료행위를 수행하거나 이에 개입하지 않으며, 의사 진료 내용도 수집하지 않는다. 진료도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문진의 부실 여부를 플랫폼이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의료인의 처방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 동일 시간 중복 진료예약 금지, 최대 처방일수 90일 준수 여부 확인, 일정 기간 과다 진료 신청·완료 건수 모니터링과 이용 제한 조치 등을 안전장치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진료 횟수와 처방일수 등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문진 과정에서 주요 금기사항이 누락되거나 처방 필요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 문제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회사 측은 “의료인이 적절히 처방할 수 있도록 임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의료인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플랫폼이 의료진 처방권을 존중하면서도 환자가 특정 의약품을 먼저 선택하는 서비스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남용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비대면진료 접근성 확대와 함께 처방 적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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