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은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필수의료를 비롯해 만성질환 관리, 감염병 대응 등 병원이 감당해야 할 역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의료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병원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이자 의료전달체계 핵심 축이다.

하지만 병원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 및 복잡해지는 질병 양상,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 보상, 과도한 행정 규제 등 다방면의 위협이 병원 지속가능성을 흔들고 있다.

"보건의료정책은 국가 주도 아닌 전문가 중심의 합리적·과학적 판단 기반서 수립돼야"

정부는 병원이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과 재정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병원이 무너지면 결국 국민 건강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건의료정책은 정치적 수단이 아닌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 전략이 돼야 하며, 정부 주도가 아닌 전문가 중심의 합리적·과학적 판단 위에서 수립돼야 한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수가 현실화는 물론 중증·응급·취약환자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효성 있는 가산 확대가 시급하다. 다수 병원이 원가 이하 낮은 보상구조 속에서 적자 경영을 이어가는 현실은 필수의료 제공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다.

병원 현장 자율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도 반드시 재정비돼야 한다. 현재 의료인력 배치기준, 수련병원 지정기준, 감염관리 규제 등은 병원 현실과 괴리된 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병원 유형과 지역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공의 기피 현상은 전문의 수급 불균형과 의료공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와 교육 기반 확충, 그리고 공공성과 교육성을 인정하는 정책적 배려는 필수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 해소와 지역의료 균형 발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의료자원 분산과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위한 2차병원 기능 강화는 병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보건의료체계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또한 병원계가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정책 지원책도 절실하다. 부실 의료법인 구조조정 및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환자식대 수가 자동조정기전 도입 등은 병원 정상 운영과 의료 질(質) 향상에 필수적 요소다.

공공병원 신설에만 집중하는 접근 방식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역의료 기반 강화 없이 공공병원을 무작정 확대할 경우 민간병원과의 기능 중첩 및 인력 분산, 의료자원 낭비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현재 병상 90% 이상을 민간병원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토록 유도하고 이에 합당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의료산업을 통한 국부창출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스마트병원 실증사업, 의료데이터 활용 및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술 도입을 위한 규제 개선 등은 대한민국 의료산업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병원계와의 상시 소통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출발점은 항상 ‘현장’이어야 하며, 실질적이고 신뢰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은 병원과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과제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는 국가라면, 단기적 인기보다 중장기적 대안을 고민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병원계와 함께 손잡고, 지속가능하면서 공정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의료는 과학이다. 그리고 정책은 신뢰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는 포퓰리즘이 아닌 실용과 전문성이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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