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당선자가 재수 끝에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압승했다. 1차 투표에서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1위를 차지한 그를, 이전 선거와 달리 의사들이 결선까지 믿고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의사협회는 "제42대 회장으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당선됐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3년이다.
임 당선인은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획득해 당선이 확정됐다. 결선에 함께 오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1만1438표(34.57%)를 얻었다.
두 후보 간 득표수 차이는 1만208표로 2배가량 앞섰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에서도 3만3684표 중 1만2031표(35.72%)를 얻어 임 당선자는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1대 선거에서 임 당선인은 1차에서 이번 선거와 동일하게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접전을 펼치다 1200표 차이로 역전 당했다.
정부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대한 큰 반발감이 표심으로 연결
그렇다면 이번에 의사들이 임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대한 의사들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평가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면허 정지'로 협박하고, 교수들 중재에도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고수하는 정부에 의사들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직서를 쓴 전공의와 교수들에게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아무 근거도 없는 증원 규모 2000명은 사수하겠다고 한다"며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업무개시명령과 해외 출국 금지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겁박하는 정부에 의사들이 격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계의 진정성 어린 설득을 조금도 수용할 의지가 없기에 투쟁 밖에 답이 없다고 본다"며 "따라서 현 시국에는 덕장이 아닌 용장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정서가 임현택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 그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말 실수를 '의새' 논란으로 부각시킨 바 있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일각에선 주수호 후보의 개인적인 흠결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건이 국민을 설득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주수호 후보가 선거 막판에 상승세를 탔다"며 "사실 1차 투표에서 박명하 후보가 이길 것을 예상하는 이들이 상당했지만 9000표를 넘게 확보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결선에서 고심 중인 교수들이 정부와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장이 사망사고 이력이 있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나 지금 상황에서 곤란하다고 여겨 임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얘길 들었다"고 덧붙였다.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