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1년 5개월째 진행된 가운데 처음으로 전공의와 환자단체가 마주앉았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복귀 움직임을 보이면서 환자단체가 특혜 부여에 반대하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만들어진 대화의 자리다.

28일 정오 서울 영등포 소재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 사무실에서 연합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불편을 겪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태가 장기화된 데 의료계 책임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를 대표했던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께 심려끼친 점에 대해 대한민국 젊은 의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전 정부의 정책으로 수련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입장도 피력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폭압적 정책과 자택 명령 공시 송달 등으로 병원과 학교밖에 모르던 우리에게 큰 공포를 줬다"며 "앞으로는 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과학적으로 인력을 추계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의료개혁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은 중증·핵심의료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가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발판, 환자와 의사 간 유대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대표 "전공의 복귀 반갑지만 재발 가능성 두려운 환자들에게 약속해달라"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대전협 비대위 방문을 환영했다. 전공의 복귀 소식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지만, 의료공백 재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게 환자들 입장이다.

안 대표는 "전공의가 자발적으로 수련병원에 돌아와 전문의가 되려고 한다면 정부와 여당이 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2020년과 2024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환자 곁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이 사회통념에 반하고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특혜성 조치로 전공의 복귀를 지원한다면 이는 세 번째 전공의 집단행동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전공의들 자발적 복귀를 요구했다.

복귀 후 전공의가 정부와 국회에 수련 관련 지원을 요구할 수 있고 사회적 논의를 거치면 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피해자 논쟁이 뜨겁다. 전공의는 피해자일 수 있겠지만 의정갈등의 피해자이고, 의료공백에 있어서는 오히려 책임자일 수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전공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진짜 피해자인 피해 구제와 재발방지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를 본 환자와 유족에게 전공의들은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 약속, 국민과 환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간담회는 약 15분 간 양측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