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이 가치기반의료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내년 초 수술준비센터 개소를 비롯해 입원·수술·퇴원 체계와 인공지능(AI)·의료데이터 인프라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올해 주말 병상 활용과 암환자 신속진료, 당일 입원·수술 등을 확대했다면 내년에는 수술 전 진료 절차의 통합과 차세대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으로 변화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8일 개최한 ‘가치기반의료 심포지엄’에서 올해 진료 개선 성과와 내년 계획을 공개했다.
병원은 올해 4월 환자 중심 가치기반의료 정착을 목표로 의료질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후 입원·수술 과정 비효율을 개선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자 편의 향상을 위한 진료체계 개편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신규 사업은 내년 초 개소 예정인 수술준비센터(Pre-Surgery Center·PSC)다. 동관 1층에 들어서는 센터에서는 수술 전(前) 검사·마취 평가·협진 조정·환자 교육·일정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기존에는 수술 준비 창구가 분산돼 환자들이 검사와 진료를 위해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송인경 수술최적화 TF장(마취통증의학과)은 “수술준비센터에서는 환자 선별검사와 마취 전 평가, 필요한 검사와 협진, 환자 교육과 일정 관리를 원스톱으로 진행하려 한다”며 “흩어져 있던 수술 준비 과정을 한곳에서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수술 전 환자 평가체계도 대폭 개선됐다. 진료과와 마취과마다 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 지연이 발생하자 검사·협진·약물 관리 기준을 통일했다.
오는 12월 6일부터는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자가설문으로 마취 위험도를 3단계로 분,해 필요한 경우 추가 검사나 협진을 시행한다.
당일수술센터를 활용한 수술 당일 입원도 확대하고 있다. 수술 전날 특별한 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미리 입원하는 대신 수술 당일 병원을 찾아 수술받고 이후 병동에 입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CT와 MRI 검사 예약 시간을 별도 확보하고 수술 후 병실 대기 문제 역시 개선하고 있다.
송 TF장은 “현재 전체 수술의 약 33%가 당일수술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당일 내원해 수술받은 뒤 입원하는 사례도 TF 개선 활동 이후 약 20% 늘었다”며 “앞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말 진료·암환자 신속진료 확대…퇴원 후 지원 강화
병원은 입원 분야에서는 주말 병상 활용과 암환자 진단·치료 대기시간 단축에 집중했다.
평일보다 이용률이 낮은 주말 병상을 활용하기 위해 진료과별 입원·검사 일정을 조정했다. 종양내과와 산부인과에서는 여러 날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한 3박 4일 입원 체계를 마련했으며, 비뇨기과는 전립선암 조직검사를 주말에도 시행하도록 했다.
심주현 입원최적화 TF장(소화기내과)은 “주말 병상 이용을 활성화한 병동은 다른 병동보다 이용률이 유의하게 개선됐다”며 “현재는 거의 모든 병상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면서 추가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 패스트트랙도 기존 대장암과 위암에서 유방암·비뇨기암·난소암·자궁암 등으로 확대했다. 40세 이하 유방암 환자는 첫 외래 방문 당일 검사를 진행하고, 난소암은 주말 입원형, 자궁암은 외래형으로 운영한다.
고령환자 관리 프로그램인 ‘위드원(WithONE)’도 확대 중이다. 시니어환자관리팀(ACE)은 현재 성인 병상의 약 70%를 대상으로 노쇠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고 다학제로 관리하고 있다. 2021년 시범운영 이후 중재 건수가 증가해 지난해 3951건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3841건을 기록했다.
통합퇴원계획팀(IDP)은 퇴원환자를 지역 의료기관과 돌봄서비스로 연결한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퇴원 후 환자와 보호자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한 AI 콜봇을 도입했다.
손기영 IDP팀장(가정의학과)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퇴원 후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컸다”며 “퇴원 후 문의와 지역 의료기관 연계까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환자보고결과측정도구(PROM) 운영체계도 정비했다. 병원은 올해 전담 조직과 운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 3월 전용 플랫폼 ‘AMC PROM’을 구축해 진료과별 환자 설문을 통합했다.
환자가 진료 전 모바일 설문으로 증상과 신체기능을 보고하면 의료진은 전자의무기록에서 변화 추이를 확인하고 고위험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 PROM 측정 결과 일부를 공개했으며, 향후 의료기관 간 객관적인 성과 비교에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AI 26종 활용 전망…차세대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
AI와 의료데이터 인프라 확충도 내년 주요 변화다.
서울아산병원은 내년 진료현장에서 활용되는 AI가 약 26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진이 직접 찾아보던 병원 지침이나 환자 기록을 AI가 확인하도록 하고, 반복적인 진료지원 업무까지 자동화하는 방향이다.
실제로 간호부에는 원내 규정과 약물 지침을 검색해 답변하는 AI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PET 검사 전 당뇨병 여부 확인에도 AI를 적용했다. 기존에는 간호사가 의무기록을 직접 확인했지만, 이제는 AI가 관련 기록과 처방 내역을 분석해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
병원은 이러한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AI의 도입 적정성과 성능을 평가하는 관리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분야에서는 임상·행정정보를 통합해 진료기록과 영상, 생체신호 등을 함께 분석하는 차세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양동현 AI혁신지원실장(영상의학과)은 “가령 수술 환자 20만 명 임상정보와 판독지, 영상, 생체신호를 함께 분석하려 해도 방대한 데이터를 연구실 컴퓨터로 옮기기는 어렵다”며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병원 내부에서 분석하는 방식을 실증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개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며 가치기반의료의 전사적 확대와 저가치 의료 개선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폐회사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검사나 치료를 줄이는 것부터 가치기반의료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진도 이러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가 우리 병원으로서는 가치기반의료 원년이 아닐까 싶다”며 “내년에는 가치기반의료실 신설과 함께 전 직원이 참여하는 방안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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