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上]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등 수련환경 개선이 이어지면서 교육의 질(質)을 높이기 위한 ‘보호수련시간’ 확보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보호수련시간은 전공의가 일정 시간을 별도로 보장받아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진료공백 및 다른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적정 교육시간과 운영 방식은 물론 인력·재정 지원, 제도화 방안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함께 최근 ‘전공의 보호수련시간 확보 모색’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신응진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정민규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 한성존 젊은의사협의회장, 이의주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송하윤 분당제생병원 전공의대표, 조병기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총무이사, 송현철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사무관이 참석했다. [편집자주]
전공의와 수련병원 교수들은 환자 진료량이나 근무시간에 치중한 기존 수련방식 한계를 지적하며 교육의 질 제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전문의들의 체계적인 교육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보호수련시간’ 확보가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데일리메디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동 개최한 ‘전공의 보호수련시간 확보 모색’ 정책 좌담회에서는 기존 수련체계의 한계와 교육방식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진료시간 모두 교육으로 인식”…교수들도 인식 변화
조병기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총무이사는 “과거에는 책을 100번 보는 것보다 수술장 한 번 들어가는 게 낫고, 수술을 100번 참관하는 것보다 직접 한 번 해보는 게 능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진료시간이 교육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며 “전공의들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교육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고, 이를 해결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성존 젊은의사협의회장은 “100시간 이상 근무하거나 환자를 80명 본다고 임상능력이 증가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효율적 역량 강화는 교수들의 지도와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가 외래진료를 볼 때 교수가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수술 역시 교수가 직접 도와주면서 지도하는 방식이 더 나은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민규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은 “환자를 어떻게 대면하는지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는 부분은 우리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공감했다.
이처럼 기존 수련방식 한계가 지적되면서 교육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안이 중요하게 거론됐다.
보호수련시간은 전공의에게 일정한 교육시간을 공식적으로 배정하고, 해당 시간에는 통상적인 진료업무와 호출에서 벗어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실제 대전협이 전공의 3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당 공식 교육시간은 평균 2시간에 그쳤다. 특히 보호시간 문항에 답한 346명 중 253명(73.1%)은 교육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의주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별도 교육시간이 있어야 배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체계적인 교육과 지도전문의 피드백을 위해 공식적으로 보호된 교육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영상·밀착지도…달라지는 전공의 교육
서울아산병원 외과 2년 차인 이의주 회장은 지난해에는 별도 보호수련시간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올해 수련환경 혁신지원사업 대상이 되면서 교육방식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매주 2시간씩 수술영상을 활용한 교육이 마련됐다. 기존에는 수술실에서 전체 과정을 참관하는 방식이었다면 별도 교육에서는 교수들이 영상을 통해 해부학적 구조와 주의사항을 상세히 설명했다.
병동에는 교육 일정을 미리 공지해 업무 호출을 자제하도록 했으며, 시뮬레이션센터에서도 별도로 2시간의 술기교육이 진행됐다.
그는 “10번의 수술 참관 보다 1번의 교육이 훨씬 큰 배움이었다. 교육 후 수술을 참관하니 전혀 다르게 보였다”며 “시뮬레이션 교육도 실제 집도 기회가 생겼을 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혁신지원사업을 계기로 교육 방식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과 교육시간에는 회진이나 업무 연락을 피하도록 공지하며, 인턴에게는 환자 진료와 연계한 학습과제를 부여하고 확인하는 밀착지도를 진행한다.
정민규 부장은 “인턴을 일주일에 4번 만나려고 했지만 근무 후 쉬는 일정 때문에 쉽지 않았다”며 “회진시 함께 환자를 보며 알려주고 다음에 만나 확인하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시행하는 혁신지원사업 참여 이후 환자를 보는 법과 환자를 통해 공부하는 법을 가르치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하윤 분당제생병원 전공의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환자 관리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초음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 후 몇 분이라도 환자 관리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공부할 내용을 알려주는 교수님께 배운 게 정말 많았다”며 정기적인 교육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한성존 회장은 “과거 훈련이 운동장을 천 바퀴 도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몸에 센서를 붙이고 훈련하는 시대”라며 “의사 양성에도 그에 걸맞은 시스템과 훈련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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