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현장 보험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보험사기 관련 교육에 나선다.
간호조무사들은 진료현장 최일선에서 사기 행각을 인지할 수 있는 만큼 본인은 물론 동료들을 보험사기 연루 위험으로부터 적극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27년 1분기부터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보험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그동안 의료 분야 보험사기로 보험업계 불만이 비등한 상황에서 선제적인 예방 차원에서 공익제보 가능성이 높은 간호조무사들에게 보험사기 위험성과 신고 절차 등을 교육하기로 했다.
이번 교육이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 대상을 의료기관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로 특정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2분기 기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22만3988명으로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 근무자가 13만8861명, 요양병원이 2만9479명에 달한다.
전체 간호조무사의 75.2%인 16만8340명이 의원과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에 보험사기 개념이나 의료현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연루될 수 있는 사례 등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료기관 업무 특성상 환자 요구나 의료기관 내부 지시에 따라 작성한 기록이 보험금 청구에 활용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보험사기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교육에서는 의료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요 보험사기 유형과 실제 사례, 보험사기 연루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대표적으로 실제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았음에도 환자 요청에 따라 간호기록지에 ‘입원 중 간병인 상주’라고 작성하거나 환자 증상을 과장해 의무기록에 기재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시행하지 않은 검사·시술·처치를 받은 것처럼 기록하거나 실제 횟수보다 부풀려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사례 역시 보험사기 연루 위험이 높은 행위로 제시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르면 보험사고 발생이나 원인, 내용 등에 관해 보험자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도록 한 경우뿐 아니라 보험사기를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한 경우에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진단서 위·변조 등 과다청구 급증
금융당국이 간호조무사 예방교육까지 꺼내 든 배경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의료기관 보험사기가 자리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6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8억원, 9.1% 증가했다. 적발인원 역시 5만3865명으로 2849명, 5.6% 늘었다. 특히 의료현장과 연관성이 높은 장기보험 보험사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자동차보험 적발액은 2880억원으로, 전체의 46.5%, 장기보험은 2645억원으로 42.7%를 차지했다. 장기보험 적발액은 전년보다 343억원 증가하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사기 유형별로도 진단서 위·변조 등을 포함한 사고내용 조작이 3798억원으로 전체 적발금액의 61.3%에 달했다.
특히 진단서 위·변조 등 과다청구는 14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9억원 증가했다. 금감원 역시 최근 보험사기 적발액 증가 배경 중 하나로 ‘병원 주도 보험사기’를 지목했다.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 역시 1조1571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2024년 1조1502억원보다 69억원 늘었다.
적발인원은 10만5743명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적발금액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보험사기가 점차 고액화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특히 실손보험을 매개로 의료기관과 브로커, 환자가 얽힌 조직적 보험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손보험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고가 비급여 비만치료제 비용을 실손보험을 보전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유인하는 신종 수법까지 등장하면서다.

공익제보 포상금 최대 5000만원…수사기관 공조
이에 금감원은 올해 들어 의료 분야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지난 1월부터는 경찰청,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실손보험 사기 특별 신고·포상제도를 가동했다.
보험사기 의심 병·의원과 의사, 브로커 등을 신고할 경우 병·의원 관계자는 최대 5000만원, 브로커는 3000만원, 환자 등 병원 이용자는 1000만원의 특별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초 3월 말까지였던 특별 신고·포상 기간은 10월 말까지 연장됐고 신고 대상도 실손보험에서 자동차보험까지 확대됐다.
조사와 수사기관 간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병원 주도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은 물론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등과 협력체계를 확대했다.
지난 6월에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청, 금감원, 건보공단, 심평원, 보험업계 등이 참여하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도 출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조무사 교육은 ‘적발·처벌’ 중심 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료기관 내부에서 보험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제보를 활성화하려는 예방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간호조무사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진료·간호 업무를 보조하는 만큼 보험사기 의심행위를 가까운 거리에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 스스로 보험사기 연루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동료를 보호하고 의심행위를 신고하는 구체적인 절차까지 교육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간호조무사가 의료현장에서 보험사기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간호조무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한층 더 제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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