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 불평등 초래 우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환자 경제적 여건 접근성 차별, 단계적 급여화 필요”
2026.10.27 05:34 댓글쓰기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신개념 치료제 등장으로 비만 진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정작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은 비싼 약값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비만을 의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치료 접근성이 달라지는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그렇게 원하던 약이 나왔지만 오히려 더 많은 눈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치료제가 있어도 경제적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만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적극 치료해야 하는 독립적인 질환”이라며 “국가가 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만치료제 급여화 과정에서 체질량지수(BMI)뿐 아니라 동반 질환과 소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모든 환자에게 한꺼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중증환자부터 시작하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의 본인부담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0~40대 남성 비만 심각, 10년 뒤 심혈관질환 부담 우려”


김민선 이사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 비만 치료는 젊은 여성들 미용 목적에 집중된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비만은 그 자체로 질환이며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만은 유전적 요인부터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며 “환자에게 단순히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내 비만 관리에서 시급한 과제로는 남성 비만 문제를 꼽았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6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성인 남성 비만 유병률은 51.1%로 여성(27.7%)의 약 1.8배에 달했다.


김민선 이사장은 “30~40대 남성 비만이 특히 심각하다.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시기에 비만이 발생하면 10년, 20년 뒤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여성은 상대적으로 체중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남성은 비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 비만 감소를 위한 교육과 홍보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등장은 실제 진료현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과거에는 식사량을 줄이라고 해도 실천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이제는 약물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체중이 많이 줄지 않아도 혈당이 개선되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 국내에서 비만치료 목적의 GLP-1 계열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최근 한국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급여화 논의가 시작됐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김 이사장은 “비만은 분명한 질환인데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질환으로서의 심각성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적으로는 BMI 30 이상이나 BMI 27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까지 급여를 적용하는 게 좋다”며 “일시적 확대가 어렵다면 중증환자부터 단계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약 오남용 우려…국산 치료제 개발 의미 커”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와 함께 정상 체중이거나 의약품 허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미용 목적 사용이 늘어나는 현상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상 체중인 사람이 단순히 더 날씬해지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건강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진도 이러한 처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간에 체중을 급격히 줄이는 과정에서 근육량 감소와 영양 불균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젊은 여성은 피하지방 비율이 높은데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하면 지방은 물론 근육도 줄어들 수 있다”며 “실제 급격한 체중감량 이후 생리불순으로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반복적인 체중 증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약을 사용했다가 중단하고, 다시 체중이 늘면 투약하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단기간 체중 감소 보다 감량한 체중의 안정적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 비만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오는 29일 출시 예정인 한미약품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서는 “국내 신약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국내 제약산업에서도 경쟁력 있는 치료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아 실제 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비만 발생기전 연구 성과…환자 중심 정책 강화


김 이사장은 비만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기초연구에서도 성과를 내왔다. 특히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일차섬모(primary cilia)’가 식욕과 에너지 대사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2014년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이 일차섬모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어 2020년 ‘Nature Communications’에서는 생애 초기 영양 환경이 시상하부 신경회로 발달에 영향을 미쳐 성인기 비만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전을 제시했다.


이처럼 비만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해 온 김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도 비만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비만 환자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유럽에서는 비만 환자단체가 학술대회에 직접 참여하고 치료 접근성과 보험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자들이 함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소득층, 장애인 등 정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로 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치료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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