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비·박한재 기자] 10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종료됐다. 종합감사가 진행된 이날 여야는 최근 의료계 최대 이슈였던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사건에 대한 경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합심했다.
반면 국내 도입이 확정된 임신중지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절차상 문제를 두고 충돌,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
의료계 공분을 샀던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사건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경찰 측 사과를 요구했지만 공식적인 사과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금년 국정감사 시작 후 추가 증인으로 채택돼 이날 종합감사에 출석한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에게 응급의료현장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였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의사 출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남부경찰청의 미숙한 수사 방식이 국민 생사를 다루는 필수의료까지 영향 미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주대병원은 사실상 충분히 협조할 수 있었다고 했다”며 “압수수색 이유는 결론을 내린 수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응급의료 현장을 범죄 현장 취급하고 열심히 헌신하는 의료진을 범죄자 취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함영욱 경기도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 응급의료 현장 특수성을 더 세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해서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진료 연속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함 수사단장 입장 표명에도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질타를 이어갔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환아 사망 원인과 의료사고 여부는 철저히 밝혀야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치료받는 다른 아이들 안전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그는 “증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있느냐”며 “압수수색에 앞서 아주대병원 진료기록과 EMR 수정 이력을 진료실 밖에서 확보할 방법을 검토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진료 방해가 없었다’는 경찰 측 해명에 대해서도 “영장이 발부돼도 집행 과정에서 환자 안전을 살필 경찰 책임은 남는다”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아응급·중환자 진료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짚으며 이번 압수수색이 의료진 현장 이탈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의료 의료진 중 압수수색 때 받은 상처로 사직하거나 사직하겠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기 남부지역 소아 응급환자가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아주대병원 소아응급 의료진에 대해 유감 및 사과를 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안에 있어서는 야당 의원들도 경찰 측 답변에 불만을 표명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유감 표명은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따졌고,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 역시 “수사에 참여하신 분들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억지로 하는 사과처럼 보이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거듭된 요구에도 함 수사단장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의료진들이 겪었을 아픔과 환자분들 불편함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답변으로 일관, 사과는 거부했다.
결국 이만희 위원장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수사 책임자로서 국민과 의료기관 관계자들에게 유감 표명을 못하겠다는 것이냐”면서도 “증언 자체를 우리가 강요할 수는 없다”며 함 수사단장에 대한 질의를 마무리했다.
사건 발단은 앞서 경찰이 아주대병원에서 환아가 숨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9월 30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압수수색 당일뿐 아니라 아이가 사망한 날에도 수사관들이 소아응급센터를 찾아 담당 의사를 심문, 40분간 진료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대한의사협회와 관련 학회·지역의사회 등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진료 중인 응급실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뜩이나 취약한 소아응급의료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료계는 진료기록 제출 등 다른 증거 확보 방법을 우선 검토할 수 있었는지 경찰 설명을 요구했고, 공식 사과 및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의료현장 특수성을 반영한 수사 집행 기준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한 상황이다.
미프진 도입 공식화…野 “대통령 하명 정책” vs 輿 “오래 추진한 사안”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임신중지의약품 미프지미소(이하 미프진) 도입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도입 과정이 “대통령 하명으로 졸속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여야 공방이 격화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외와 비교한 미프진 가교임상 필요성과 현장 의료진 우려가 여전한 점 등을 토대로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에 미프진 관련 위해성 관리계획 보완을 요구했고, 현대약품은 내달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서둘러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미 미프진을 사용하던 미국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일본도 도입 과정에서 가교임상을 진행했는데 상당한 이상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지정 의사에 의한 투여, 입원 가능 의료기관 사용 한정, 응급상황 대처 체계 확보 등 엄격한 요건을 두고 미프진을 허가했다”며 “필요하다면 가교임상, 법적 보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의원도 “의료 전문가들 역시 상위법 개정 없는 무리한 약물 도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식약처가 안전성에 있어 이전 결과의 유리한 부분만 언급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고, 증인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는 “식약처와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전제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성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에 안전 사용 체계를 갖추는 데 있어 의료계와 협의해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 측 답변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나왔다. 이만희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마디를 하명하면 부처가 허겁지겁 따라가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고, 조배숙 의원은 “식약처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고 힐난했다.
여당 의원들은 항의했다. 이수진 의원은 “하명이라고 하면 이 자리에 앉아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2년 가까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대책을 요구하고 설득한 의원들은 뭐가 되나”라고 반발했다.
소병훈 의원도 “낙태죄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온 일이기 때문에 움직인 것이지, 우리는 하명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황당하다”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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