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美자선사업가, 한국 17시간 간이식 성공
서울아산병원, 페루 출신 간경화 환자 생체간이식…30세 딸 일부 기증
2026.10.28 10:55 댓글쓰기



간경화로 간이식이 필요했던 페루 출신 미국인 자선사업가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딸의 간(肝) 일부를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간경화를 앓던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69‧ 남) 씨에게 딸 킴벌리 루시아 키로스(30‧여) 씨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8일 밝혔다. 


마르코 씨 부녀는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해 최근 퇴원했으며 오는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르코 씨는 미국과 페루를 오가며 부동산 건설 사업과 자선사업을 펼쳐왔다.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양로원 노인이나 저소득층 가정, 투병 중인 환아 등을 후원해 왔다.


지난 2008년 페루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던 중 지방간 소견이 확인됐지만, 당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에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2025년 9월경 복수가 차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올해 2월에는 복수가 심해지고 폐에도 체액이 축적된 상태에서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간이식 말고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페루에서는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측에 따르면 69세인 마르코 씨는 현지에서 65세 연령 제한으로 수술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에서는 수술이 가능했지만 뇌사자 간이식을 받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마르코 씨는 생체간이식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던 중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간이식을 처음 시행한 이후 2025년 초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간이식 9000례를 달성했다. 연간 간이식 수술은 약 500례이며, 이 중 생체간이식이 약 400례를 차지한다.


마르코 씨는 지난 5월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입국해 같은 달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았다. 이후 검사에서 딸의 체격 조건과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생체간이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수술은 지난 8월 14일 진행됐다. 딸 킴벌리 씨의 간 절제 수술은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가 맡았다. 의료진은 복부에 10㎝ 미만의 작은 절개만 내는 최소 절개 기법으로 간 우엽을 절제했다.


이어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마르코 씨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당시 환자는 간 혈관의 압력이 높아 혈관 주변에 핏줄이 심하게 엉켜 있었으며, 딱딱하게 굳어진 간 일부가 하대정맥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의료진은 혈관 분리 작업을 마친 뒤 혈액순환을 유지하기 위한 우회술을 시행했다. 이후 기존 간을 제거하고 기증받은 간의 혈관을 연결했다. 수술은 총 17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문덕복 교수는 “환자의 굳어진 간이 대정맥을 완전히 감싸고 있어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문맥-대정맥 우회로를 미리 만들어 두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딸 킴벌리 씨는 수술 후 8일째 퇴원했으며, 마르코 씨도 수술 후 3주 차에 퇴원했다. 부녀는 남은 검사와 외래 진료를 마친 뒤 오는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르코 씨는 “앞으로 계속 봉사할 기회를 얻게 돼서 무척 행복하다. 한국에서 얻은 새 생명으로 조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껏 도우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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