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국회가 요양병원의 이른바 ‘사회적 입원’을 건강보험 재정 누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선 가운데 요양병원계가 추계 방식과 판단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은 근절해야 하지만 명확한 기준도 없이 특정 환자군을 사회적 입원으로 간주하거나 요양병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27일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잇따라 제시되고 있는 사회적 입원 규모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산출 근거와 판단기준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 규모를 약 14만7000명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어떤 환자를 사회적 입원으로 판단했는지, 14만7000명이라는 수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구체적인 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협회 지적이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요양병원 경증환자에게 최근 5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 5조5000억원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환자는 의료최고도·의료고도·의료중도·의료경도·선택입원군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의료경도와 선택입원군을 사실상 경증환자로 본 것이다.
허 의원은 의료경도를 ‘입원 필요성이 낮은 환자’, 선택입원군을 ‘돌봄으로 전환할 수 있을 만큼 의학적 입원 필요성이 거의 없는 환자’로 규정했다.
이들 환자가 2025년 기준 13만1000명으로 전체 요양병원 입원환자 3명 중 1명 수준이며 매년 약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부와 국회에서 제시한 의료경도 및 선택입원군 규모는 ‘연인원’ 기준으로, 실제 환자 수는 약 5만~6만명 수준이라는 게 협회 설명이다.
인공관절이나 고관절, 디스크 수술 등을 받은 뒤 요양병원에서 단기간 회복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환자까지 포함돼 있어 연인원과 실제 환자 수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경도, 입원 불필요 환자 아냐”
무엇보다 협회는 의료경도와 선택입원군을 일률적으로 사회적 입원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환자분류군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의료경도와 선택입원군에도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포함돼 있다”며 “이들을 일률적으로 입원 필요성이 낮거나 거의 없는 환자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의료경도와 선택입원군에 속한 모든 환자에게 장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환자분류군 자체가 아닌 개별 환자의 의학적 상태와 치료 필요성, 대체 가능한 의료서비스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회적 입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양병원 퇴원→건보재정 절감 경계”
의료경도와 선택입원군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곧바로 절감 가능한 비용으로 보는 시각에도 반박했다.
요양병원 환자가 퇴원하더라도 요양시설이나 재가서비스, 방문진료, 방문간호 등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다른 형태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2026년 요양병원 선택입원군의 1일 정액수가는 3만1847원이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1일 급여비용은 1등급 9만3070원, 2등급 8만6340원, 3등급 8만1540원이다. 방문요양 수가 역시 2시간 기준 4만3430원이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은 급여체계와 제공 서비스가 달라 단순 수가 비교는 어렵지만 적어도 요양병원 퇴원 자체가 곧바로 건강보험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선택입원군 수가는 요양시설 급여비용의 3분의 1 남짓이고, 하루 2시간 방문요양 수가보다도 낮다.
협회는 “의료경도와 선택입원군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곧바로 불필요한 지출이나 절감 가능한 비용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요양병원계는 사회적 입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퇴원을 압박하기에 앞서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받아낼 수 있는 의료·돌봄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회는 “퇴원 후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본인부담이 늘어도 퇴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입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요양병원 전체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와 돌봄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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