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관을 사칭한 구매 사기가 점점 지능화 되면서 피해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식당 예약이나 주류 구매 등이 주를 이뤘던 행태를 넘어 최근에는 의료기기 제품 구매 등 병원 관련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사기가 급증하면서 병원계와 산업계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6월 강원도 춘천 지역 음식점에 강원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사칭해 단체 예약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을 강원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라고 칭한 사람으로부터 병원 회식 예약전화를 받았다.
사칭범은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 ‘병원 고위직이랑 같이 가니 와인을 선구매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강원대병원 교수 명함도 문자로 전송했다.
선구매 요청을 이상하게 여긴 식당 주인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해당 교수가 식당을 예약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해 피해를 면했다.
같은 달 국립춘천병원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강원지역 청과점 3곳에 과일 구매를 문의하고, 보건복지부와 병원 로고가 담긴 허위 공문서와 명함을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에서도 임직원을 사칭해 식당에 고가 음식과 주류를 주문하고 선결제를 유도했다.
원광대병원에서도 병원 관계자를 사칭해 허위 공문으로 물품 구매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고, 을지대병원 역시 노쇼 사기 경계령을 내렸다.
이처럼 식당 예약이나 주류 구매 등의 형태였던 병원 사칭 사기가 최근에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 병원과 직접 거래를 하는 산업계에까지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실제 병원계에 따르면 병원 직원과 기관 명의를 도용해 의료기기 업체를 속이는 사기 수법이 급증하고 있다.
병원과 직원 정보를 도용해 의료기기 업체를 상대로 ‘제3자 대신결제’ 방식이다. 피해 규모는 건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칭 사기로 인해 병원 신뢰도 하락과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병원계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회원병원에 공문을 보내 병원 사칭 의료기기 구매 사기 주의를 당부했다.
병협은 “최근 의료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의료기기 업체에 제품 구매를 요청하는 사칭 구매사
기가 발생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메일, 전화, 문자 등으로 의료기기 견적 또는 구매를 요청한 후 거래를 급하게 진행하도록 유도하거나 특정 업체를 통한 구매, 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공유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역시 최근 회원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병원 사칭 의료기기 구매사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특히 협회는 병원을 사칭한 긴급수의계약 요청서 예시까지 공유하며 의료기기 업체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했다.
협회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구매 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해당 의료기관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구매 사실과 담당자 재직 여부를 확인한 후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병원 명칭이나 로고가 포함된 명함·공문·발주서 등을 제시하더라도 위·변조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문서만을 근거로 송금하거나 물품을 발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기 또는 의심 사례가 확인되는 경우 관련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이메일, 발주서, 계좌정보 등 증빙자료를 보관하고 신속하게 경찰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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