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과의 인력난이 진료 현장을 넘어 의학교육과 연구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교수진 고령화와 후속 인력 부족으로 세부전문분야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의대생 증가에 따른 교육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학문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소아청소년과의 교육·연구 기능 약화와 후속세대 양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진수 학회 기획·정책이사(서울대병원)는 “학회로서는 학문 연속성이 중요한데 지방 의과대학에서 그 연속성이 많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회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는 “소아청소년과에는 9개 공식 분과가 있지만 전체 분과 교수진을 다 갖춘 의과대학은 손에 꼽힌다”며 “일부 의과대학은 정식 교원이 2명밖에 남지 않아 자기 전공이 아닌 분야까지 강의를 맡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의과대학은 교육 기반이 거의 붕괴된 상태”라며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다. 이제는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기반 약화 주요인으로는 세부전문분야를 담당할 후속 인력의 감소가 지목됐다.
김한석 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인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 그 안에서 세부전문분야로 진출하는 전임의는 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 해당 분야를 유지하기 어렵고, 지방에서 혼자 일하다 지쳐 개업하거나 서울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창원 학회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도 “소아신장, 소아중환자, 소아심장 등 세부전문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한 곳이 많다”며 “50~60대 의료진이 대부분인 분야도 있어 몇 년 뒤를 생각하면 후속세대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료·당직에 밀리는 교육·연구…의대생 증가도 부담
남아 있는 교수들 역시 과중한 진료 부담으로 교육과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 이사는 “예전에는 전공의들이 당직을 섰지만 지금은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서는 경우가 많다”며 “밤에 당직을 서고 낮에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휴학생 복귀에 따른 교육 수요 증가도 문제로 떠올랐다.
박경배 학회장(순천향대천안병원)은 “지방 의대에서는 증원된 학생들과 휴학 후 복귀한 학생들로 일부 학년의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며 “이들이 임상교육 단계에 올라왔을 때 어떻게 교육을 감당할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늘더라도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전임교수는 줄어들고 있다”며 “일부 교수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거나 진료 부담 때문에 당직 중심의 업무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단순한 진료인력 확충을 넘어 전공의부터 전임의, 교수로 이어지는 인력 양성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전공의뿐 아니라 전임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며 “복지부에도 관련 지원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송대진 학회 대외협력·홍보이사(고대구로병원)는 “문제가 발생한 분야에 일시적으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진료와 학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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