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맥 스텐트 시술 후 출혈이 발생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 과실이 없는 것으로 봤다.
출혈을 발견하고 수혈하기까지 약 4시간이 걸렸지만, 법원은 의료진이 출혈을 더 일찍 발견하거나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이유빈)은 최근 망인 A씨 유가족이 B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주치의, 당직의, 간호사 5명, 병원장 등 9명을 상대로 제기한 1억45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9월 5일 흉부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B병원에 입원했으며, 이틀 뒤 대퇴동맥을 통해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6시 14분 우측 시술 부위에서 피가 배어 나온 것이 확인됐고, 오전 7시 49분에는 양측 시술 부위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오전 9시경 좌측 대퇴부 혈종을 발견해 압박과 산소 공급 등의 처치를 시행했지만 오전 10시 8분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을 회복한 뒤 좌측 장골동맥 혈관 천공을 확인하고 응급 스텐트 시술 등을 시행했다.
이후 다시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이 수혈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환자는 오후 3시 23분경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의료진이 시술 후 출혈 징후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아 응급조치 시기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주치의와 당직의가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거나 간호사들에게 1시간 간격의 관찰을 지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진이 출혈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미리 확보하지 않아 출혈을 발견한 지 4시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수혈했다”고 주장했다.
지혈용 모래주머니를 조기에 제거하고 PA 간호사들이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약물을 처방하거나 처치를 시행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이 출혈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거나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흉부 대동맥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시행하는 경우 출혈 위험을 이유로 의료진이 미리 수혈용 혈액을 준비해야 할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혈용 혈액 검사는 낮 12시 6분 이뤄졌고, 오후 1시 7분 혈액은행에서 출고돼 3분 뒤 수혈이 시작됐다.
법원은 오전 9시 혈종 발견부터 혈액 출고까지 소요된 시간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춰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할 정도로 지체됐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진료기록 감정의가 혈종 발견 후 의료진의 조치를 적절했다고 평가한 점도 고려했다.
PA간호사 무면허 의료행위도 쟁점…의료과실 여부는 별개
출혈 감시의무 위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의료진이 시술 당일 오후부터 실시간 활력징후 측정 장비를 적용했으며, 혈종 발견 전까지 혈압 등에서 출혈을 의심할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삼출이 관찰된 부위는 우측인 반면 실제 혈종은 좌측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해 오전 9시 이전부터 혈관 천공에 따른 출혈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모래주머니 제거 시점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임상기준이나 병원 자체 지침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PA 간호사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 자체로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존재는 별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PA 간호사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확정하지 않은 채 모래주머니 조기 제거에 따른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도 이유 없다고 판단, 유족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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