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응급센터 현장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장 직무대행 해명이 의료계 공분을 키우는 모양새다.
경찰은 “병원 진료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는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라고 힐난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주대병원 응급실 압수수색이 부적절했다는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정상적인 수사였다”고 해명했다.
특히 경찰이 병원 측에 전자의무기록 등 관련 자료 제출 요청도 없이 압수수색을 먼저 진행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다른 의료기관 압수수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제출된 자료가 변작되거나 삭제된 정황이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현장 수사에 대한 지침 마련 필요성에 대해 그는 “자료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수장의 이 같은 해명에 의료계 특히 소아응급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은 공분했다.
학회 “최선 다했는데도 의료진이 진료기록 조작했을 거라는 전제로 압수수색 강행”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소아응급 의료진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낙인과 경찰의 왜곡된 해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진료 방해가 없었고 신속히 종료했다’, ‘증거 위‧변조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는 경찰 측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학회는 “최선의 진료에도 발생한 환아 사망 사건에 대해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조작할 가능성을 전제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 자체가 필수의료 현장을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밤낮없이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환아를 해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진료기록을 조작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이어 “불가항력적인 사망을 두고 현장 의료진이 기록을 위조할 파렴치범이라도 되는 양 영장부터 들이대는 행태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압수수색 당시 진료에 방해가 없었다는 경찰 수장 설명에 대해서도 실제 현장 상황을 공개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학회에 따르면 당시 소아응급센터 중증구역에서는 1시간 이상 경련이 지속된 생후 6개월 환아에 대한 응급처치가 진행 중이었다.
의료진은 항경련제를 반복 투여하고 백밸브마스크를 이용해 호흡을 유지하면서 기관삽관까지 고려하는 상황이었으며, 경련이 멈춘 직후 처방 입력과 진료기록 정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학회는 “중증환아 생사를 붙들고 사투를 벌이는 현장의 연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환자가 없어 방해가 안됐다’고 강변하는 것은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생후 6개월 환자 응급처지 도중 경찰 압수수색”
압수수색이 신속하게 종료됐다는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학회에 따르면 경찰은 오전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에 이어 오후에는 외래 진료실까지 수색했고 이후 다시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때문에 특정 장소에서 이뤄진 압수수색 시간만을 기준으로 ‘17분 만에 종료됐다’고 설명하는 것은 전체적인 수사 과정을 축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경찰은 단편적인 체류 시간만을 내세워 상황을 왜곡·축소하고 있지만 실상은 하루 종일 병원 진료공간 전반을 뒤흔든 과잉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압수수색 필요성으로 제시한 전자의무기록(EMR) 위·변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현행 EMR 시스템에서는 기록 작성과 수정, 열람 등의 이력이 서버 로그에 남는 만큼 정식 자료 요청 등을 통해 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작성, 수정, 열람 내역이 서버 로그에 기록되는 상황에서 현장 위·변조 가능성을 이유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이후 약 두 달이 지나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학회는 “사건 발생 후 두 달 가까이 통상적인 자료 요구조차 없다가 뒤늦게 증거 인멸 우려를 내세운 것은 수사의 시급성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번 압수수색 사태가 단순히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문제에 그치지 않고 소아응급의료체계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전문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일부 병원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반납 논의까지 시작됐다고 전했다.
학회는 “소아응급센터는 치외법권의 성역을 요구한 게 아니다”며 “의료기관은 상식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협조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실을 범죄 소굴 다루듯 영장을 앞세운 결과 현장 전문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각 병원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반납’ 논의라는 파국이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경찰에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응급의료기관 수사 과정에서 진료권과 환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 수사 준칙 마련을 요구했다.
학회는 “응급실 진료권을 침해하고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은 이번 과잉 압수수색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수사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련의 사태로 향후 발생하는 소아응급센터 붕괴와 환아 피해에 대한 책임은 무리한 수사를 자행한 수사당국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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