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학회 “근시=질병, 안경 벗어도 망막 위험성”
김찬윤 이사장 “시력 교정 넘어 생애주기별 관리체계 전환” 촉구
2026.10.08 12:59 댓글쓰기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로 안경을 벗었더라도 늘어난 안축장과 망막의 취약성은 그대로 남아 실명 위험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근시를 단순 시력 저하가 아닌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소아기부터 성인기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생애주기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한안과학회는 8일 서울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근시 관리, 평생 눈 건강의 시작입니다’를 주제로 소아기 발생 억제부터 성인기 고도근시 합병증 추적까지 아우르는 관리 원칙을 제시했다.


김찬윤 안과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근시 유병률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며 고도근시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근시는 안경 착용으로 끝나는 시력 문제가 아니라 평생 살펴야 할 핵심 보건의료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안구 늘어나는 고도근시, 실명 부르는 중대 질환 직결


고재웅 안과학회 홍보이사는 근시가 고도근시로 진행될 경우 눈의 구조적 변형을 유발해 치명적인 안질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고 경고했다.


고 홍보이사는 “2022년 서울지역 병역판정검사 기준 19세 남성 근시 유병률은 73.69%, -6.00 디옵터(D) 이상 고도근시는 22.04%에 달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청년 10명 중 9명이 근시, 3명 중 1명이 고도근시를 앓게 된다”고 분석했다.


근시가 심화돼 안축장이 길어지면 안구를 감싸는 망막 조직이 얇아지고 손상된다.


고 이사는 “고도근시 환자는 일반인 대비 망막박리 위험이 최대 12.6배, 녹내장 발생 위험은 4.6배까지 치솟는다”며 “근시를 단순 시력 문제가 아닌 안구 구조 손상과 중증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시력교정술 받아도 안축장 그대로, 과거 병력 의료진 공유 필수”


유정권 기획이사는 시력교정술을 받은 성인들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유 기획이사는 “풍선에 바람을 과도하게 넣으면 벽이 얇아지듯,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면 망막이 팽창해 외력과 압력에 취약해진다”며 “라식·라섹이나 렌즈삽입술은 각막 굴절력을 교정해 안경을 벗게 해줄 뿐, 이미 늘어난 안축장과 약해진 망막 상태를 되돌리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후 시력이 정상이어도 근시성 황반병증이나 녹내장, 망막박리 등의 위험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며 “안과 진료 시 과거 고도근시 병력과 수술 전 안과 검사 자료를 의료진에게 알리고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회는 눈앞에 실오라기나 날파리가 급증하는 비문증, 번쩍이는 빛이 반복되는 광시증, 시야 일부가 커튼에 가려진 듯한 증상이 나타나면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를 의심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시는 질병…국가 중심 생애주기 관리 구축 필요”


학회는 미국 의사협회(AMA)와 미국 과학·공학·의학원(NASEM) 등 글로벌 학계가 최근 근시를 공식 질병(Disease)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맞춰 가정에만 맡겨진 예방 책임을 학교와 국가 중심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만은 매일 120분 야외활동을 권장하는 ‘천천(天天) 120’ 정책을 통해 초등학생 시력 저하율을 낮췄고, 싱가포르와 중국은 학교 검진과 안과 진료 연계를 제도화해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두 차례에 걸친 시력검사에 머물러 있어 진행 억제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 학회 주장이다.


유 기획이사는 “근시는 이제 개인의 단순 불편을 넘어 질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야외활동 확대로 발생을 늦추고, 아트로핀 점안이나 특수 렌즈 등으로 진행을 억제하며, 성인기 고도근시 합병증을 조기 관리하는 생애주기별 대응이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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