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이 원하는 수련교육은 단순히 ‘진료를 잘하는 의사’를 만드는 데 머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술기뿐 아니라 연구방법론, 건강보험제도, 의사 소통과 리더십, 스트레스 관리 등 실제 전문의로 독립한 이후 필요한 역량까지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요구가 확인됐다.
특히 연차가 낮을수록 병원 현장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실무 능력과 정신적 부담을 관리하는 교육을, 연차가 높아질수록 논문 작성과 연구방법, 건강보험제도 등 독립을 앞두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원했다.
최근 김태현·이민정·이승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학교육학회지(KJM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전공의 1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요구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인턴 43명, 저년차 전공의(2~3년차) 29명, 고년차 전공의(4~5년차)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수련은 ‘진료’ 편중…전공의 75% “연구·업무 역량도 고루 배우고 싶다”
연구팀이 현재 소속 병원의 수련 수준을 5점 만점으로 평가하게 한 결과, 환자 진료 영역은 3.34점으로 무난한 점수를 받았으나 연구 영역은 3.07점, 의사소통·리더십·의료윤리 등 일반역량 영역은 2.71점에 그쳤다.
지도전문의들 교육 지원 역시 진료(3.60점)에 편중돼 있었고 일반역량(3.02점)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인식됐다. 반면 전공의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수련 목표는 크게 달랐다.
‘진료만 잘 배우면 된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응답자 33%는 진료와 연구, 업무 역량을 모두 균등하게 배우고 싶다고 답했고, 진료에 연구를 더하거나(22%), 진료에 일반역량을 더해야 한다(20%)는 의견까지 합치면 전체의 75%가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교육을 원하고 있었다.
의사를 단순히 환자 진료에 머물게 하지 않고, 연구자이자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전문직으로 성장시켜 달라는 요구다.
새로운 핵심역량 교육 과정이 열린다면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진료(92%)뿐 아니라 연구·일반역량(81%) 모두 높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전공의 연차별 관심사 차이 확인-과중한 임상 업무가 수련 가로막는 걸림돌 작용
주목할 점은 연차에 따라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가 확연히 갈렸다는 사실이다. 인턴이나 저년차 전공의들은 당장 병원 현장에 적응하기 위한 실전 기술을 원했다.
진료 분야에서는 내시경 검사나 환자 드레싱, 이식 환자 관리 같은 처치 술기에 관심이 높았고, 일반역량 분야에서는 극심한 수련 환경 속 ‘스트레스 관리법’을 배우고 싶다는 응답이 집중됐다.
또 2~3년차 시기에는 향후 어떤 세부 전공이나 진로를 택할지 고민하는 ‘진로 탐색’ 요구가 정점을 찍었다. 반면 독립된 전문의로 나갈 날이 머지않은 고년차 전공의들은 전혀 다른 분야에 목말라했다.
진료 영역에서는 보수 청구와 제도적 이해를 돕는 ‘건강보험 체계’ 교육 요구가 높았다.
연구 영역에서도 고년차들은 당장 논문을 완성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듯 연구 방법론과 통계 프로그램 사용법, 의학논문 작성법, 나아가 인공지능(AI)을 연구에 접목하는 최신 기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응답자 3분의 2 이상이 오프라인 집체교육 대신 ‘온라인 강의’를 선호했다.
선호하는 온라인 교육 방식 중에서도 시간을 정해놓고 듣는 화상 강의(줌 등)보다는, 유튜브 등 열린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을 틈날 때 자율적으로 시청하는 방식을 꼽은 전공의가 대다수였다.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해도 별도 시간을 뺏지 말고 기존 아침 콘퍼런스나 학술대회 일정을 활용해 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공의들이 수련 프로그램 참여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 역시 ‘평소 과중한 업무량’과 ‘교육을 들으러 갈 시간 부족’이었다.
연구팀은 역량 중심 전공의 수련(CBME)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연차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커리큘럼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1~2년차에는 현장 적응 술기와 멘탈 관리를 지원하고, 고년차에는 실전 논문 작성과 건강보험 제도 이해를 돕는 식의 단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공의들은 높은 학습 동기를 갖고 있지만 과중한 임상 업무가 수련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한 혼합형 학습 모델을 도입하는 것과 함께, 업무량 경감과 대체인력 투입 등 실질적인 학습 시간을 보호해 주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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