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료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에게 단순한 임상 지식을 넘어선 ‘과학자적 분석 능력’과 ‘사회적 공감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최근 미래 의사 양성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의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경희의대 허영범, 가톨릭의대 김성근, 울산의대 임영석 교수가 각각 ▲과학적 역량 강화 ▲사회적 협력체계 구축 ▲통합적 핵심역량 배양을 화두로 던졌다.

"데이터 기반 교육 질 관리… '교육 전담 교수' 도입해야"

허영범 경희의대 교수는 미래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근거 중심 의학을 위한 과학적 역량'을 꼽았다.

허 교수는 "유전체학,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임상에 도입되는 현실에서 의사는 단순 기술자가 아닌 과학적 원리를 비판적으로 적용하는 인재가 돼야 한다"며 "기초와 임상을 융합해 혁신을 주도할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 양성이 국가 경쟁력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임상-기초 통합교육 모듈 설계 ▲MD-PhD 트랙 및 학부 연구(Research Elective) 활성화 ▲데이터 과학 및 정밀의료 교육 의무화를 제시했다.

특히 허 교수는 교육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적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질을 주관적 판단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PDCA(Plan-Do-Check-Act) 사이클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 '동기 부여'를 지적하며 "연구·진료 실적 위주 평가 탓에 교육이 소홀해지기 쉽다"며 "교육 기여도를 승진에 반영하는 '교육전담교수(Teaching-Track Faculty)' 제도를 활성화하고, 특히 처우가 열악한 기초의학 분야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학교육, 폐쇄적 탈피… 국민과 함께 만드는 생태계"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는 의학교육 패러다임이 '전문가 집단 폐쇄적 영역'에서 '사회가 함께 가꾸는 공공 영역'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정책 실패를 줄이고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환자와 국민이 참여하는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며 "임상실습 과정에서 환자 경험을 공유하는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지속가능한 의학교육 생태계'를 위한 4가지 핵심 축으로 ▲정부 체계적 지원 ▲국민의 능동적 참여 ▲현장 중심 교육 혁신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교육 과정에 대한 국민 이해가 신뢰를 낳고, 그 신뢰가 다시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적·정책적 지원과 국민 참여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견고한 의학교육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단편적 지식 지양… '통합적 사고·공감 능력' 갖춘 리더 육성"

임영석 울산의대 교수는 미래 의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통합적 문제해결 능력'과 '소통 역량'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질병을 단편적 지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 생물학·사회학·심리학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스템 사고가 필요하다"며 "기초-임상-인문사회의학을 연계한 통합 교육과정과 문제기반학습(PBL)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 중심 의료의 본질인 '신뢰와 공감'을 강조하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의 관점과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훈련과 비언어적 소통 기술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교수는 의사 사회적 책무성과 글로벌 리더십 함양을 주문했다. 

그는 "투철한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의료 불평등, 기후변화 등 글로벌 보건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민주적 시민의식을 갖춘 리더를 길러내야 한다"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된 교육 및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