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치료 중심 현행 체계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의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최근 유슬비 국민건강보험공단 대리와 임달오 공주대학교 교수팀은 '보건정보통계학회지(Journal of Health Informatics and Statistics)'에 게재한 '우리나라 생애의료비 추정 및 특성 분석'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생애 의료비, 여성이 남성보다 3764만원 더 지출

연구팀이 2021년 생명표와 건강보험통계 진료비 등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 2021년 현재가치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애의료비는 남성 1억 8542만원, 여성 2억2307만원으로 추계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3764만원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이 이를 보정한 결과 차액의 76%(약 2861만원)는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생존자를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1인당 생애의료비는 남성 2억 3759만원, 여성 2억5047만원으로 나타나 실제 개인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65세 이후 의료비 '폭증'… 생존 남성 61.8% 노년기 '지출'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의료비 지출 시점의 불균형이다. 분석 결과 남녀 모두 생애의료비의 50% 이상을 65세 이후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65세 이후 지출 비중은 남성 52.6%, 여성 52.9%였다. 생존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돼 남성은 65세 이후에 61.8%, 여성은 57.4%의 의료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하는 시기에 의료비 지출이 급증함을 의미하며,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별로는 '악성신생물(암)'이 가장 큰 비용을 차지했다. 5대 주요 질환 중 1인당 생애의료비가 가장 높은 질환은 악성신생물(1937만원)이었으며, 이어 고혈압성 질환(934만원), 뇌혈관 질환(909만원), 당뇨병(691만원), 심장 질환(459만원) 순이었다.

특히 뇌혈관 질환은 65세 이후 지출되는 의료비 비중이 80.4%에 달해 노년기 의료비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폭증을 제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언도 내놨다. 핵심은 '치료'에서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먼저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 수립이다. 연구팀은 "연령 증가는 의료비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며, 생애 의료비 절반 이상이 65세 이후에 집중된다"며 "기대수명 연장과 고령층 증가에 따른 의료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예방 중심 정책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만성질환 조기 관리 시스템' 구축도 강조했다. 연구팀은 "3개 이상의 복합 만성질환 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의료비를 7배 이상 지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 건강검진 제도를 활성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사증후군(고혈압, 당뇨, 비만 등) 위험군을 조기에 파악, 관리함으로써 고액 의료비를 유발하는 복합 만성질환자로의 이행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사회 중심 의료 안전망' 마련도 중요한 사안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의료비 지출이 65세 이후에 집중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년기 고액 의료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의료 안전망과 재정 관리 기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연구팀은 "국가 차원에서는 생애 말기에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개인 차원에서도 젊은 시기부터 의료비 재정 관리와 건강 관리에 대한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