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키운다지만 ‘인력·시설·규제’ 삼중고
전문의 채용·교육공간 확보 등 난제…병원장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2026.10.10 06:39 댓글쓰기




8일 국회 복지위 국감에서 김해영 부산대병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서동준·박한재 기자]보건복지부 이관 후 첫 국정감사에 나선 지역 국립대병원장들이 의료인력 채용부터 교육·진료시설 확충까지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한계를 쏟아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수준의 지역완결의료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병원장들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임금구조와 공공기관 규제, 의대생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설 여건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8일 부산대·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병원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문제는 의료인력 확보였다.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부산대병원 의사직은 정원 1380명 중 현원 1070명으로 충원율이 77.5%에 그쳤다. 강원대병원도 정원 361명 중 233명으로 64.5% 수준이었다.


김해영 부산대병원장은 “교수를 구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내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부산 지역에서 필수의료 분야 의사를 채용하려면 연봉 약 5억원이 필요한 반면 국립대병원 정규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은 약 2억5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원섭 충북대병원장도 “지역 필수·공공의료에 최선을 다하며 사명감으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실제 국립대병원 교수와 1·2차 병원 의사 간 보수 차이가 3배 이상 난다”며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이라 보수와 임금체계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고, 정원 책정도 일일이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해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응급의료 인력 상황은 더욱 극명했다.


화정석 경상국립대병원장은 “진주와 창원 두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를 2인 1조로 24시간 운영하려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22~24명 필요하다”며 “하지만 두 병원을 통틀어 교수로 근무하는 전문의는 2명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머지 부족한 20명은 계약직·촉탁의로 충원해 24시간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공백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기관에 국립대병원 의사를 파견하는 공공임상교수제도 기대만큼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2년 10개 국립대병원에서 공공임상교수 150명을 선발해 지방의료원 등에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실제 근무인원은 30명에 그쳤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올해 배정 정원 2명 가운데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고, 강원대병원은 어렵게 채용한 필수진료과 의사 10명 중 6명이 중도 사직했다. 


반면 전남대병원은 정원 2명을 꾸준히 채워 강진의료원과 목포시의료원에 파견했다. 소 의원은 “두 의료원 모두 수술 건수와 진료수익이 2배 이상 향상됐다”며 “공공임상교수가 제대로 투입만 되면 지역 공공의료가 살아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습생 늘고 새 병원 짓는데…병원 부담액 절반 넘어


의대생 증가를 감당할 교육·실습공간 부족도 현장 고민거리였다.


백선희 의원(조국혁신당)에 따르면 충북대병원 임상실습 인원은 올해 103명에서 2029년 175명, 2030년 203명까지 증가할 전망이지만 현재 본관 강의실 수용인원은 85명 수준이다.


강원대병원 역시 임상실습 인원이 올해 79명에서 2029년 171명으로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은 “강원대병원은 태생적으로 공간에 한계가 있다”며 “의료원을 인수해 다른 대학병원의 3분의 1 수준 부지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국가가 요구하는 사업을 수용하기에도 한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규모 신축·증축 사업도 높은 자부담과 복잡한 절차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국립대병원 9곳 중 6곳이 새 병원 건립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 전남대병원장은 “약 9629억원 규모의 새 병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부담이 50%가 넘고 약 52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대병원도 546억원 규모의 증축사업에서 자부담 비중이 59%에 달한다며 국고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예산이 확보돼도 실제 시설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시설사업은 설계 과정만 해도 2년이 걸린다”며 “건축단가가 3~4년 전의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실제 설계에 들어가면 총사업비 조정이 필요하고, 그러면 다시 6개월 정도 밀린다”고 말했다.


政, 내년 상반기 공공기관 지정 해제 목표…시설 지원도 확대


복지부는 인력과 시설을 가로막는 제도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해 국립대병원이 자율적으로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관련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전문의·교수 충원과 기존 필수의료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신규 사업도 마련 중이다. 우선 2년 정도 지원한 뒤 성과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분야에서는 현재 낮게 책정된 진료시설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손 실장은 “진료시설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며 “소관 부처가 바뀐다는 이유로 기존 국고지원에서 손해가 나지 않도록 예산당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만희 복지위원장은 “빅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면 그 말이 실질적으로 지켜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느끼고 국민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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