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손된 향정신성의약품이라도 관할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의료기관 내부에서 임의로 폐기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과거 마약류 취급 관련 교육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폐기 절차를 몰랐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판사 이준구)은 최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A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법원은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범행 경위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서 형의 선고는 유예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병원에서 파손된 향정신성의약품인 부광미다졸람주사15밀리그램 앰플을 관할기관에 폐기 신청하지 않은 채 병원 내 의약품 폐기함에 버렸다.
마약류취급자는 소지한 마약류가 변질·부패하거나 파손돼 폐기하려는 경우 ‘사고 마약류 등의 폐기 신청서’를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 관할기관에 제출하고 법령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해야 한다.
재판에서 A씨 측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위가 법령상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했고, 그렇게 생각한 데 정당한 이유도 있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지난 2019년 7월 강동구보건소에서 마약류취급자 교육을 받았고, 당시 교육내용에 ‘파손된 마약류의 경우 관할 보건소에 폐기신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당시 마약류관리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폐기 절차를 몰랐다는 점만으로는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생각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확정적인 고의를 갖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당시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미약했던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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