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국내 최초 '주 4일 시범사업' 촉각
인력 충원 전제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 연내 실시 예정
2022.10.11 12:41 댓글쓰기



연세의료원이 국내 병원 최초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과도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던 병원 근무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데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연세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이 지난 8월 ‘주4일제’ 시범운영 등을 포함한 2022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일명 ‘빅5’라 불리는 국내 초대형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대형병원 중 최초 사례다.


연세의료원은 이르면 연내 신촌세브란스병원 2개 병동과 강남세브란스병원 1개 병동에서 주 4일제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한 병동당 간호사 5명 내외가 참여할 예정이며, 인력 충원은 한 병동당 1.5명이 투입된다.


병원계에서는 주4일제가 병원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3810병상, 1만3255명(간호사 6162명)이 근무하는 곳인 만큼 파급성도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노조 측은 “병원계 최초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도입한다는 부담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있다”면서 “이번 교섭 결과가 병원 노동자 노동시간 단축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을 향한 획기적인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수십년간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과로에 시달리던 간호사들의 퇴사율이 늘어나면서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병원은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는 특성에 통상 3교대 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데이(낮, 7~15시) ▲이브닝(저녁, 15~23시) ▲나이트(야간, 23~다음날 7시)로 나눠 운영한다.


근무 시간으로만 보면 하루 8시간 원칙이 지켜지는 듯 보이지만 실상 현실은 출퇴근 시간 앞뒤로 인수인계가 필수이기에 초과 근무가 불가피하다. 이렇다 보니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넘겨 근무하는 오버타임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6시간이다. 그중 나이트 근무는 한 번 출근하면 평균 13.1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간호사는 기본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 노동 12시간을 더한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이라 업무 부담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가정생활·육아를 정상적으로 영위하기도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져 왔다.


간호사 교대 근무방식 개선 바람…도미노 효과 촉각


병원들도 간호사 교대 근무제를 개편하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실천해 왔다.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삼성서울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6월 유연근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사실상 간호사 3교대 근무방식을 폐지한 바 있다.


병원은 제도 시행에 앞서 2020년 7월부터 3개월씩 1차 390명, 2차 900여 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직접 근무제도를 선택하도록 시범운영을 시행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데이 또는 이브닝 고정 근무 ▲데이-이브닝, 데이-나이트, 이브닝-나이트 고정 근무 ▲나이트 고정 근무 ▲12시간 2교대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며 근무환경 개선에 힘썼다.


그 결과, 기존 3교대 근무를 희망하는 비율은 1%로 급감했다.


특히 야간이 없는 고정 근무 30%, 야간전담이나 12시간 2교대만 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 등 간호사 근무환경이 안정화돼 생체리듬이 깨지는 고충이 많이 해소됐다.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개인별 만족도 역시 높았다. 유연근무제에 참여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스스로 근무제를 선택해 오는 자존감 상승과 예측 가능한 일상 유지 등 장점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월 급여 10% 내외 삭감…객관적 지표 연구 병행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는 4년이라는 오랜 논의 끝에 맺은 결실이다. 그동안 시범사업 대상 및 범위, 기간, 시기 등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왔던 게 사실이다.


현재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임금 문제는 월 급여 10% 내외로 감축하고 연차 상여금 등은 주5일제를 기준으로 삭감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노조는 애초 임금 감소가 없는 주 4일제를 주장했으나 주5일제 직원과 형평성 문제로 보전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체인력 충원을 위한 비용도 고려가 필요했기에 합의 절차를 밟는 중이다.


시범운영 결과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되면 향후 다른 직무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노조 측은 임금 조정 없는 전(全) 부서 전(全) 직원 주 4일제 시행을 궁극적인 목표로 상정했다.


시범사업 전후 조사와 주5일제 병동과 비교를 위한 조사도 이뤄진다.


연세의료원은 주 4일제가 미치는 다양한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조사를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근로자 육체·정신 건강, 직무 만족도, 조직문화 개선, 이직·퇴사 감소, 근무 질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병원계에서는 시범사업이지만 한번 물꼬가 트인 만큼 병원계에서 주 4일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계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은 조합원이 5000명에 달하는 상당히 규모가 큰 노조다. 아직 다른 병원에서는 주 4일제 도입 사례가 없지만 실제 사례가 나타난 만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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