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모든 서류 '디지털화'…직원 책상 없다
박진식 이사장 "과감하게 의료기관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시스템 혁신 모색"
2022.06.16 05:32 댓글쓰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요즘 병원들의 가장 큰 화두다. 코로나19 사태 중  문진, 진료, 입원 전·후 과정 등에 첨단 IT기술이 접목됐고, 많은 의료기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정립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최신 기술이 어떻게 환자 편의를 향상시키고, 또 진료시스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선 당분간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사진]은 의료계에서 일찍이 의료기관 디지털 전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하는 인천·부천 세종병원은 보수적인 조직문화 속에서도 가장 과감한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이루는 병원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박 이사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박 이사장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향후 2년 계획을 설정하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그는 병원의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을 꼽았다.


최근 인천세종병원에서 데일리메디와 만난 박 이사장은 “의료기관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은 학부 시절부터 갖고 있었다. 이후 병원을 운영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제는 적용 단계에 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보 디지털화와 업무 디지털화 구분해서 전환 필요"


병원 디지털 전환에 대해 박 이사장은 ‘정보 디지털화(digitalization)’과 ‘업무 디지털 전환(digitalize)’을 구분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두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행됐을 때, 궁극적으로 의료기관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박 이사장은 먼저 정보의 디지털화에 대해 “전통적인 병원에선 수많은 정보가 수기로 작성되고 실물 형태의 문서로 보관됐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문서는 병원에게는 적잖은 비용적 부담을 안겨줬고, 곧 많은 병원들이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보를 디지털 형태 문서로 운용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의료기관에서 정보의 디지털화가 이뤄진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전자의무기록(EMR)만 해도 도입된 지가 30년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행정부서를 비롯한 병원의 많은 영역에선 아직까지 완전한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박 이사장은 진단했다.


이어 병원 디지털 전환 다음 단계는 ‘업무 디지털화’다. 디지털 기반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즉 직원들의 업무 처리과정이 디지털 기기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의 각 단계를 시행하기 위해 박 이사장은 최근 행정부서에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일명 ‘스마트 워크센터(smart work center)’라는 업무 환경이다.


박 이사장은 “‘스마트 워크센터’는 기존 사무실과 달리 직원 개인 책상과 컴퓨터(데스크톱)가 없다. 매일 아침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등록해 그날 업무를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모든 업무 내용은 클라우드 서버에 관리된다. 문서를 쌓아둘 개인 책상과 PC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클라우드를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직원 간에 서로 문서를 전달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IT 기업들의 경우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한 곳이 많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국내에서 세종병원이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PC의 경우 ‘가상 데스크톱’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고, 이제는 많은 직원들이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병원장들이 있다면 ‘왜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조직 전체가 바뀌는 중요한 결정으로,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관 경영자로서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적인 ‘효율화’에 있다고 본다. 단순한 경제적인 이득이 아니라 더 나은 의료를 위해 투자하기 위함이다. 의료기관 디지털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의 표준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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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감나무 06.17 11:40
    국내병원에서 유일한 스마트워크센터라니, 신선하고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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