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영양상태 보면서 답답한 의사들
"의료용 식품 제도 도입 필요성 절감, 현행 법 이원화가 발전 걸림돌"
2022.06.15 15:04 댓글쓰기



국내 외과의사들이 ‘의료용 식품(Medical Foods)’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의료용 식품은 환자 영양상태를 증진시키기 위한 제품으로 식품과 의약품 경계에 있으며, 일반 식품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14일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건강소비자연대가 개최한 ‘8차 K-바이오 헬스포럼’에서는 의료용 식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별도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이날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환자 영양치료 중요성을 체감하지만 현장에서 의사들이 이를 적극 실시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홍 교수는 “환자들이 입원하면 대부분 영양 불량상태이고 치료하다 보면 더 악화된다”며 “급성기 질환을 겪으면 근육량·체지방량이 급격히 감소해 보호자는 이게 좋아진 게 맞는지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또 대부분 현장에서는 장을 통해 영양을 섭취시키는 경장영양보다 정맥주사를 통한 정맥영양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에 따르면 정맥영양은 균열증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경장영양이 가능하다면 이를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위험 부담을 안고 정맥영양을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경장영양제품이 다양하지 않아 의사들이 환자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 및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밥통·라인·펌프 등 경장영양을 위한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식품과 의약품으로 이원화된 관리체계 때문에 경장영양제와 같은 의료용식품 발전이 정체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10년 전 일부 제약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국내서 관련 제품을 철수했다. 


홍 교수는 “경장영양 제품은 식사로 처방하는 경우도 있고, 약품 코드로 들어가기도 한다”며 “수가는 약품 위주로 책정돼 있고, 단가가 식사로 고정돼 있으면 누가 나서서 만들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제약사나 의사, 누군가의 책임이라고 하기엔 경장영양 분야 자체가 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치료 잘하고 싶어도 처방 한계 있어 답답···식약처 '신중론'  


박도중 서울대병원 의료혁신실장(위장관외과 교수)는 “일례로 위암 수술을 받은 후 잘 먹기까지 중요한 타이밍이 있다. 그럼에도 포도당 주사만 놓거나 굶겨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은 다양하게 아파서 의사를 찾는데, 10분 이상 들어주고도 처방하는 건 한두개 뿐인 석기시대 같은 현장이 아쉽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원내에서 경장영양제를 만든다면 심각한 감염 문제가 있고, 라인 등 환경 미비 문제가 많아 환자를 잘 치료하고 싶은 의사로서 너무 갑갑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료용 식품법을 별도로 제정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산업발전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의사들은 영양치료 효과가 있다면 그 제품을 당연히 쓰지만 현재 효과가 확실한 제품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서 의료용 식품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이를 사용하는, 치료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되고 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용 식품법이 없어 약으로 나온 것, 식품으로 나온 것이 혼용되고 있고 관리도 잘 안 된다”면서 “치료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험 적용까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최대원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과장은 “별도 법 제정이 아니라 현재 운영 틀 안에서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업계 투자 대비 사회적 환원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차근차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입법 용역연구 결과를 받았다. 다방면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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