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진출 대기업 러시…추이 촉각
롯데·GS·CJ·한화 등 바이오 입성…LG전자·두산, 의료기기 신규 합류
2022.07.10 17:34 댓글쓰기



국내 대기업들의 바이오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 LG, SK, CJ에 이어 GS, 롯데,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이 합류하며 한국 10대 기업 대부분이 바이오 산업 진출을 알렸다. 


‘대기업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바이오 산업에서 굴기(倔起)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오 산업이 매력적인 분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나 자체 신약 개발 사업 등 성공 사례는 후발주자들의 도전 심리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대기업 진출 소식에 제약 전통 기업들은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독과점에 대한 우려감을 지니고 있는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는 신규 회사 ‘출사표’, GS는 휴젤 ‘인수’ 


올 상반기 바이오 업계 가장 큰 사건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출범이었다. 롯데그룹은 지난 9일 롯데바이로직스의 법인 등기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발행 주식 수는 총 20만주로, 롯데지주가 지분 80%인 16만주를 104억원에 취득했다.


대표는 이원직 롯데지주 상무가 맡았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글로벌 빅파마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등을 거쳐, 롯데지주 신성장 2팀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업의 전반적인 설계를 진두지휘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우선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 2030년까지 세계 상위 10위 이내에 드는 바이오 CDMO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위해 BMS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BMS가 자체 의약품 생산 용도로 사용했던 시러큐스 공장을 1000억원을 투자해 CDMO 시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포부를 지난 13~1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바이오 USA’에서 선보였다. 이 대표의 첫 데뷔전이다.


그는 이번 바이오USA에서 미국 공장 외 국내 투자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는 “최대 1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메가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 규모 및 시기는 미정이다.


롯데의 바이오 진출 움직임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다만 자체 기업 설립 전략이 아닌 인수합병(M&A) 방식의 진출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가 엔지켐생명과학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추가 움직임이 나오지 않으면서 인수설은 몇 달 만에 흐지부지됐다.


롯데가 고심 끝에 자체적인 CDMO 전략을 택한 것은 최근 삼성과 SK 등 대기업 계열 바이오기업이 위탁생산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현재 공사 중인 4공장까지 가동하게 되면 세계 전체 생산량의 30% 규모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SK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부터, 재조합단백질 기반 노바백스 백신까지 위탁생산을 맡으면서 ‘백신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품목허가 신청 중인 자체 개발 백신 ‘GBP510’까지 더해지면, 위탁생산을 넘어 자체적인 수출도 가능한 상황이다.


GS그룹의 경우 롯데·삼성·SK와 달리, M&A 전략을 택했다. GS그룹은 지난해 8월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휴젤을 1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GS그룹은 국내 사모펀드 법인 등과 함께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축해 휴젤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올해 4월말 지분 인수 절차를 마치면서, 휴젤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GS 핵심 임원들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GS그룹은 보툴리눔톡신 및 히알루론산(HA)필터 등 휴젤의 안정적인 수익모델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휴젤은 최근 중국시장을 비롯해 유럽과 북미시장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매출 확대를 예고했다.


CJ·한화 등 ‘재도전’ 선택…제약업계 “우선 환영” 


CJ는 바이오 재도전을 천명했다. 신약개발 업체인 천랩을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한 것이다. 


CJ가 천랩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983억원으로 알려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CJ는 지난 2018년 4월 18일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넘기면서 바이오산업에서 손을 뗐다. 한국콜마 계열사에 편입된 CJ헬스케어는 2년 뒤 회사명을 HK이노엔으로 변경했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 편입 이후 2019년 3월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출시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출시 3년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자리매김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 매출에 힘입어 같은 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해, 시가총액 1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CJ 외에도 한화도 바이오 재도전에 나섰다. 한화의 경우 한화임팩트가 미국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벤처 테쎄라테라퓨닉스에 투자하면서 바이오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의 바이오 재도전은 2016년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산업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당시 한화케미칼 바이오분야 실무진은 이상훈 박사를 중심으로 독립해 에이비엘바이오를 설립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의 경우 암크바이오 설립을, 신세계그룹은 고바이오랩 투자 및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위바이옴’ 설립을 통해 바이오 입성을 노리고 있다.


잇따른 대기업의 바이오 진출 러시에 대해 업계는 우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영역이 겹치지 않아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는 뜻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연구 중심의 바이오벤처와 위탁생산 중심 대기업 바이오 간 사업영역이 많이 겹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일단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업 간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다만 인력 관련해서는 향후 대기업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산업에도 잇단 ‘출사표’


대기업들의 바이오 산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의료기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업체들은 의료기기 신규 부서를 신설하거나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단연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의료기기를 선정하고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은 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직후 인수합병(M&A) 영토를 확장했다. 


2010년 삼성메디슨 전신인 ‘메디슨’ 인수를 시작으로 2011년엔 글로벌 사모펀드(PEF) 워버그 핀커스에서 ‘넥서스’를 인수했다. 2013년엔 미국 CT기기업체 ‘뉴로로지카’ 인수도 단행했다.


삼성은 2018년 4대 미래성장사업(인공지능·5G·바이오·전장)으로 육성안을 재조정하며 의료기기 사업을 제외하긴 했으나, 여전히 지속적으로 투자는 이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연내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로봇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공개한 바 있다. 


연내 젬스가 출시되면 로봇 사업을 시작한 지 약 3년 삼성전자 첫 로봇이 의료용 제품이 된다.


초음파 의료장비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삼성메디슨도 최근 굵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왔으나, 지난해 영업이익 605억원을 내며 최대 이익을 냈다. 


삼성전자가 2011년 삼성메디슨 지분 68.5%를 인수한 지 12년만에 기록한 최대 성과다.


현재 삼성메디슨은 의료용 인체 초음파 장비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7위(5%)를 차지하고 있다. 산부인과용 초음파 기기로 한정한다면 세계 2위다.


삼성과 함께 LG전자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LG전자는 지난 3월 정관에 ‘의료기기 제작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본격적인 의료기기 산업 진출을 선포했다.


실제 LG전자는 앞서 탈모치료기, 통증 완화기 등 가정용 의료기기를 내세워 시장에 진출했던 상황이다.


LG전자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제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접 판매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며 “헬스케어 영역 기회와 가능성을 꾸준히 열어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솔루션(BS) 부문과 최고전략책임자(CSO) 조직 내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분야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전문성을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의료용 영상기기’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모니터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전문성을 살려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8월 병원용 디스플레이와 함께 사용하는 원격진료 솔루션을 출시했다. 


이 솔루션은 다자간 화상회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입원 및 외래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뿐 아니라 대규모 학회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원격의료 기업 암웰과 손잡고 북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알렸다. 


두산도 올해 의료기기 제조, 가공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며 의료기기 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두산은 이미 지난해 말 리보핵산(mRNA) 백신 보관과 운송 용기를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 SiO2에 1억달러(약 1200억원)을 투자하며 의료기기 산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져왔다.


특히 SiO2 제품에 대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를 내세워 의료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도 올해 ‘의료기기 및 동물용 의료기기업’을 새로운 사업목적에 추가했으며 아모레퍼시픽도 ‘의료기기 제조업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담았다.


중견기업도 대기업 따라 속속 진출


의료기기 사업 확대는 중견기업도 마찬가지다.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보는 올해 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의료기기 제조, 수입 및 도소매업’을 새로운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회사는 ▲의약품 제조, 수입 및 도소매업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개발업 ▲의약품, 의료기기 컨설팅업 등을 추가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다.


산업용 볼트 및 너트 제조 업체인 케이피에프도 ‘의료기구 제조판매업’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 알체라도 정관 개정을 통해 ‘AI 기반 의료 솔루션 개발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엇갈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대기업들 진출이 긍정적이지만 자칫 막대한 자본에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규제가 많은 의료기기 산업을 견인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자본 경쟁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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