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편지에 담긴 \'권역외상센터 기적\'
최종수정 2025.12.09 14:53 기사입력 2025.12.09 14:5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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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



단국대학교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에 최근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지난 2월 중증외상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한 아이가 기적적으로 회복하게 된 과정, 그리고 그 순간마다 곁을 지킨 외상센터 의료진에 대한 부모의 깊은 감사가 담겨 있었다.


아이는 15세 이 군.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는데 신호를 위반한 대형버스에 치여 간·폐 파열, 골반·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충남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이 군은 도착과 동시에 고난도 치료인 레보아(REBOA/대동맥내 풍선폐쇄소생술)를 비롯해 응급수술을 받은 후 외상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수술과 에크모(ECMO) 치료 등이 이어졌다.


보호자는 “외상센터에 도착하니 우리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게 척척 진행됐다”며 “그날 의료진이 제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아이는 지금 이곳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기억하는 순간은 아이 상태가 나빠졌던 어느 날이다. 


장성욱 충남권역외상센터장은 아이의 상태가 너무 악화돼 어쩌면 선택의 순간이 올 수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며 가족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자신은 의료인으로서 나름의 치료를 끝까지 하겠다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오히려 더 안심이 됐다”며 “아이를 환자 이상의 존재로 대해주고 있다는 진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장 센터장의 세심한 설명도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됐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이 군을 직접 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명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는 “장 교수님은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치료 계획과 수치 변화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며 “그 덕분에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가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과 함께 이 군을 치료했던 이석원 교수는 여러 차례 큰 수술을 겪은 환자의 건강을 걱정해 간절제술 대신 매일 아침 간농양을 주사기로 빼가며 상태를 확인했다. 


바쁜 와중에도 해외 논문까지 찾아가며 이 군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가족들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 군 역시 중환자실에서 섬망 증세를 겪으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 속에서도 장 센터장과 이 교수에게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낯설고 무서웠는데, 두 교수님은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현재 이 군은 학원 수업 참여, 친구들과 운동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회복했다. 내년 고등학교 재입학을 준비하며 축구도 즐기고 있다.


보호자는 편지를 마무리하며 “우리 가족에게 단국대병원은 기적을 만들어준 곳”이라며 “그날 아들을 살려주신 모든 의료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박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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