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뢰서=대형병원 입장권' 관념 깨질 수 있을까
동네병·의원, 환자-의사 불편한 상황 빈번···'단순 발급기관 아니다'
2018.01.30 05:11 댓글쓰기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진료의뢰서 발급을 두고 의사와 환자 간 갈등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해소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진료의뢰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제기된다. 
 

현행 법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 가려는 환자는 동네의원이나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의료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가입자 등에게 적절한 요양급여를 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다른 요양기관에게 요양급여를 의뢰할 수 있다.
 

진료의뢰서는 의사가 ‘환자의 증상이 더 큰 병원에서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확인해준 일종의 증명서로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일단 1차(동네의원) 및 2차(병원과 종합병원) 의료기관부터 들르도록 규제를 둔 것이다.

진료의뢰서 발급 두고 의사-환자 마찰 여전

하지만 최근 서울 소재 내과 A원장은 "요양급여 의뢰서 발급과 관련해 일차의료기관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원장은 "일부 환자들의 경우에는 대형병원 진료를 위해 일차의료기관을 단순히 의뢰서를 발급해주는 곳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실제 의사에게 요양급여 의뢰서 발급을 종용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와 같은 유명무실한 의료전달체계가 계속될 경우 의료 양극화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내과 B원장도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주체’는 의사다. 현행 법에도 철저하게 의학적 판단에 의거해 필요한 경우 의뢰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 발급은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의사 및 환자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예컨대, 어떤 환자가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급하게 CT를 촬영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병원에서 진료의뢰서가 필요하다고 해 인근에 아무 연관도 없는 내과를 찾아가 의뢰서를 끊어달라고 말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의 ‘일차의료 살리기’ 프로젝트가 무색하게도 일각선 무너진 의료전달체계가 좀처럼 회생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 관계자는 "진료의뢰서를 써달라며 환자가 찾아온다. 과연 써주지 않을 수 있나. 그렇다고 본인이 써주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동네병의원에서는 거부하겠냐"고 자조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심지어 동네병의원이 진료의뢰서 작성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이 높다는 표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당한 체계 내에서 원활하게 운영되는 게 정상인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땜질식’으로 대응해 왔다”고 성토했다.

"의료기관 이용 국민들 인식 변화도 시급"

서울아산병원 진료의뢰협력센터 C교수는 "진료의뢰서가 마치 상급종합병원에 가기 위한 '입장권'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각 단계별 의료기관의 분업 및 협업이 존재해야 의료가 균형있게 발전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지만 그 누구도 묘수를 내놓지는 못한다"고 아쉬움을 호소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 국민 의료비 절감 및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구축된 것이 바로 의료전달체계이지만 쏠림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D교수도 “건강보험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해 전반적인 비용 증가는 물론 효율성도 떨어지게 돼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누리는 의료서비 수준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며 공감 의사를 표했다.


이어 "국민들도 불필요한 상급병원 이용은 과중한 비용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일차의료기관의 적절한 이용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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