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초부터 오너 일가의 회사 경영권 분쟁이 발생, 반목이 심화되는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친족 간 갈등이 회사 안팎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형국이다. 본업에 집중을 할 여유가 없다 보니 기업에 대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신년에 가장 화두인 곳은 회장 모녀 대 장차남(형제) 구도로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미약품'이다. 이어 남매 간 갈등 '유영제약', 부녀 간 갈등 '제일바이오'도 소위 골육상쟁(骨肉相爭)
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모녀 vs 장차남 대결···한미·OCI 통합 후 경영권 분쟁 격화
한미약품은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대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 임종윤·임종훈 사장 구도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중심의 경영권 갈등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2000년 초반까지 한미약품 유력 후계자로 그룹 내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2004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부사장, 2006년 사장, 2009년 한미약품 BD총괄 사장 등을 거치며 회사를 이끌었다.
중국 실적이 늘어나면서 일부 성과도 인정 받았다. 이에 2009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로 나뉘기 전 한미약품 사장에 선임됐고, 분할 이후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 대신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단독대표에도 올랐다.
문제는 2020년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송영숙 회장이 임 전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고 임종윤 사장은 대표는 물론 이사회에서도 제외됐다. 2022년 3월엔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사임한다.
업계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과거에 세웠던 개인회사 코리포항 등의 실적이 부진했던 점과 더불어 회사 경영에 무관심한 듯한 모습 등이 송 회장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이유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미국 보스턴칼리지 생화학과를 졸업한 이후 음악활동을 하고 싶어해 버클리음대 재즈작곡분야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룹 경영자와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는 얘기들이 쏟아진다.
석사 이후 귀국한 뒤에는 ‘로맨틱쏘울오케스트라’라는 밴드 리더로서 ‘C.Lim’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당시 한미약품 측은 "임 회장이 음악활동에 힘을 쏟고 회사에 들어오라며 입학을 허락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송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적인 부분에 있어 마음에 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경영에 힘을 쏟아온 송 회장으로서 임주현 사장이 눈에 띄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송 회장 모녀와 임종윤 사장 간 갈등이 더 격화된 모습이다. 임종윤 사장은 최근 한미약품과 OCI그룹 통합에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했다.
임종윤 사장은 최근 이사회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안 등의 위법성을 따짐과 동시에 통합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차남 임종훈 사장과 함께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남매 간 경영권 분쟁 '유영제약'···갈등 현재 진행형
유영제약은 고(故) 유영소 회장이 1981년 한중제약을 인수해 설립했다. 창업주가 2007년 별세한 직후 2대 회장에 아내 이상원, 대표이사에 창업주의 장남 유우평 전(前) 사장이 올랐다.
당시 여동생인 유주평 재경팀 상무는 처음으로 회사 사내이사에 올랐다. 이후 인재관리 총괄 전무, 영업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유주평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유우평 현 부회장이 돌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오너 2세 간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유우평 부회장이 실적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갔다. 대표 교체 과정에선 유영제약 리베이트 고리를 끊기 위한 해석에 힘이 실렸다.
유영제약은 지난 2012년 의사들에게 17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로 임직원 100여 명이 연루된 사건이 터졌다. 2015년에도 단일 사건으로 45억 규모의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2017년 유영제약 영업본부장 상무이사 등 임원이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확정받았고, 보건 당국은 4년만인 2021년 관련 품목들에 대해 판매정지 처분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대표 교체가 오너일가 간 또 다른 갈등에 의한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경영권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유우평 전 대표가 사임을 종용 당했다며 유주평 대표의 ‘경영권 찬탈’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유우평 부회장은 유주평 현 대표의 협박으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현재도 갈등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우평 부회장 ·모친 이상원 회장과 여동생인 유우평 대표 간 갈등 구조다.
유 부회장과 모친 이상원 회장은 법원에 유주평 대표 등을 임시주주총회 개최금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자진취하로 법원이 기각했다.
또한 유 부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우평 부회장은 회사 지분 43.29%로, 유주평 현재 대표 지분율은 33%로 나타났다. 당시 주총에서 대표 변경이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우호 지분이 컸을 가능성도 나온다. 두 오너 2세 남매간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부녀 간 갈등에 상장폐지 위기 '제일바이오'
제일바이오는 동물의약품 전문회사다. 심광경 제일바이오 회장이 지난 1977년에 설립한 제일화학공업이, 2000년에 제일바이오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광경 회장은 창립 이래 회사를 경영 전면에서 이끌어왔지만 지난해 4월, 장녀인 심윤정 전 대표가 심광경 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밀어내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됐다.
심 회장은 심윤정 당시 대표의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아내인 김문자씨가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해 심윤정 전 대표의 해임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질세라 심 전 대표는 심 회장 등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으나, 8월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심 전 대표가 결국 해임됐다. 심 회장은 다시 대표이사에 오르게 됐다.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횡령, 배임 혐의 고소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고, 이에 거래정지 상태에 ‘상장폐지’ 위기다.
제일바이오는 금년 11월 2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다. 개선기간 종료일 이후 15일 이내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하고, 상장폐지 심의를 받게 된다.
개선기간을 부여 받아 시간을 벌긴 했지만 여전히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당면하게 된 상폐 위기를 제일바이오가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