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발달지연 아동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골든타임인 0~6세 사이에 치료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한은희 대한소아청소년행동증진학회 보험이사(김포 우리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는 최근 의료전문지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골든타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발달지연 아이들도 정상아로 자랄 수 있다"며 "급여기준을 확대해 치료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달지연이란 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가 뒤처져 있는 경우다. 잘 앉거나 서지 못하는 대근육 문제부터, 물건을 손에 쥐거나 잡지 못하는 소근육 문제, 언어·인지 발달 문제, 사회성(사회생활) 문제 등으로 나타난다.
장애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어리고 향후 치료를 통해 지연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등의 발달장애와 구분된다.
한은희 이사는 "발달지연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특히 최근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자란 아이들에게 언어 지연이나 사회성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발달지연 아동 12만명,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0~19세 발달지연 진료 환자는 2018년 6만4085명에서 2022년 12만6183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발달지연 아동들은 대부분 언어 및 대근육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역시 다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 이사는 "발달지연 아이들은 종합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수준에 맞는 언어, 감각통합, 인지, 놀이치료등을 진행한다"며 "특히 0~6세까지 뇌 가소성이 좋아 치료 골든타임이라 불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장애가 남을 수 있는 아이들도 정상아로 자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국내서는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이 부담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한 달 평균 200만원 치료비 감당해야 하는데 아직 건강보험 적용 안돼”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달지연은 대부분 주 4~6회 치료가 진행되는데 한 번의 치료당 8~10만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 달에 최소 200만원의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장애로 진단돼 정부 지원 바우처로 치료받는다 해도 월 최고 25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부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보니 발달지연 아동 가정들은 대다수가 민간실손보험에 의존해 치료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어린이 실손보험 시장을 석권하는 현대해상이 ‘국가자격을 갖춘 치료사의 치료’ 외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비용 지급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악용해 '브로커' 등이 개입해 부적절한 과잉진료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발달지연 아동 보호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험사는 "발달지연 아동 치료와 관련된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치료사 이슈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은희 원장은 "놀이치료사는 여러 협회에서 자격증을 발간해 국가자격증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민간자격증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며 "치료의 전문성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립병원 공공병원 등에서 진행되는 놀이치료는 실손보험이 지급된다"며 "장소의 차이로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거점병원 및 치료센터 턱없이 부족…정부, 공공의료체계 구축 관심 갖고 정비 필요”
한 원장은 "발달지연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실손보험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로는 진료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점병원이나 치료센터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은희 원장은 "17개 광역 지자체 중 거점병원과 센터가 있는 곳은 10곳뿐"이라며 "지난 7월 법률 개정을 통해 설치를 의무화했음에도 실제 시행은 1년 6개월 뒤로 미뤄져 이 또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발달지연 아이들 치료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공동 숙제이자 의무"라며 "정부는 발달지연 치료비를 급여화하고 각종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정비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지연아동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실손보험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정부 및 국회의 법적,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