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며 위기 극복에 기여한 공공의료원, 민간병원들이 엔데믹 이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全)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에 할당해 사투를 벌였던 지난 3여년 동안 일반 환자 방문이 줄어든 데다 의료진 이탈 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의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했던 이들 전담병원들이 도미노처럼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2년 12월말 기점으로 코로나19 전담병원제도 '종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화됨에 따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감염병전담병원 제도를 2022년 12월말 종료했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은 지역 내 중환자 및 고위험군을 중점적으로 진료하고, 고위험군에서 회복한 환자를 감염병전담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전원한다.
거점전담병원은 전체 허가 병상의 전부 또는 1/3 이상을 코로나 전담치료병상으로 전환하거나 (준)중환자병상 15개 이상을 확보한 병원이 지정 대상이다.
평택 박애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남양주 현대병원, 오산 한국병원, 성남시의료원, 길병원, 충북대병원, 오송 베스티안병원, 부산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이 포함됐다.
감염병전담병원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서남병원, 보라매병원, 부산의료원, 인천의료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민간·공공의료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와 관련,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020년부터 지정·운영해 온 거점전담병원은 2023년부터 시도가 관리하는 일반지정병상으로 통합, 운영된다”며 “일부 거점전담병원은 일반지정병상으로 전환하지 않고 운영을 종료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공공의료원 등 코로나 전담기관, 휴유증 '심각'
전국 지방의료원 병상 가동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44.6%로 파악된다.
병상가동률 하락과 외래 감소는 의료기관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전국 35개 공공의료원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54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4배가량 늘었다.
실제 2020년 2월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단일병원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한 서울의료원은 올해도 경영 적자가 예상된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72만8000명이었던 전체 진료환자 수가 2022년에 51만 3000명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도 월평균 진료환자가 4만9000명에 그치고 있다.
부산의료원의 경우 6월 5일부터 전체 병상 543개에서 431개만 가동 중이다. 지난해 5월 코로나 전담병원 해제 이후 일반 환자 방문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올해 6월 입원환자 회복률은 40% 수준에 그친다. 일반진료도 줄어들면서 의료수익이 급감했다. 현재 부산의료원 의료수익은 2019년 대비 65~70%가량 머물러 있다.
의료원 측은 “수익은 줄었지만 인건비와 물가상승 등 비용은 늘어 적자가 발생했다. 직원 임금 지급도 빠듯하다. 복지부가 올 연말까지 코로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기에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의료원뿐만 아니라 병상을 내줬던 민간의료기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발길이 끊긴 일반 환자 방문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1년 말부터 1년 넘게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해왔던 서울 혜민병원은 올해 초부터 일반 환자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환자들이 쓰던 투석실을 일반 환자용으로 바꾸는 등 내부 공사를 하고 있다. 시설 투자를 비롯해 병상 가동률 회복 등 어려움이 상당하다.
평택 백애병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활약했지만, 입원은 물론 외래 환자 모두 코로나19 이전만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용인 강남병원의 경우 통상 80% 정도 병상 가동률을 보였지만, 299베드 중 일부만 이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전담병원 원장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대구 지역 A병원장은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정상 진료로 가동한 뒤 환자 수 회복이 너무 어렵다. 마케팅 및 홍보도 강화하고,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워보고 있지만, 결국은 또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의사·간호사 떠났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충원' 난제
경영 정상화의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의료인력 확보다. 코로나19 병원이 되는 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꽤 많이 퇴사했기 때문이다.
마산의료원의 경우 2019년 말 심혈관센터를 확충했지만, 현재 센터에서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없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의료원 역시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신장 투석을 위한 신장내과 전문의가 공석이며, 정형외과와 내과 전문의도 구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의사는 물론 간호인력도 하늘의 별따기다. 병상 가동률이 낮은 상태라 현재는 돌아가고는 있지만, 입원환자가 조금이라도 늘면 간호인력 충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공공병원들은 의료수가의 70~80%를 인건비로 지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간병원도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지역 B병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환자를 대거 퇴원시켜 의사도 10여명 퇴사했다.
감염병 치료와 무관한 재활치료센터 직원, 간호사 등도 다 정리했다. 올해 들어 병원 정상화를 위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병원들은 전담병원 지정 해제 후 6개월 정도 지급되는 손살보상금 기간을 늘리거나 회복기 예산 지원을 통해 정부가 전담병원들의 정상화를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일선에서 사력을 다했던 병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및 보호를 위해 병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병원회도 “정부의 정책 변화와 함께 코로나19 환자 전담병실을 일반병실로 전환한 이후 병실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공공병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역 의료인력 부족과 공공의료 기반시설 부족 문제는 필수의료 의료 공백과 의료서비스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가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감염병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공익적 적자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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