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대선취재팀/기획 2]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여느 때보다 의료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의료를 포괄하는 의사인력 확대를 비롯해 간호법, 원격의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민감한 의료계 현안들에 대해 주요 대선후보들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누가 되든’ 정부와 의료계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데일리메디 대선 특별취재팀은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기호 順)후보들의 관련 발언 및 신년대담 등을 바탕으로, 대선 이후 예고되는 보건의약 정책과 의료계 변화를 분석,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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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건강보험 예산이 처음으로 100조를 돌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단의 총 예산은 100조3347억원으로, 이 가운데 장기요양분야 예산과 사회보험통합징수 예산을 제외한 86조6474억원이 건강보험에 사용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 바 '문케어'는 지난 5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문케어 시행에 따른 지출 증가가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실제 올해는 코로나19로 의료이용 감소까지 겹쳐 2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내기도 했다.
의료계는 재정 적자도 적자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단기간 동안 전면적인 급여 전환 과정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의료계가 요구했던 급여화 논제들이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급여화에 따라 커지는 씀씀이에 맞게 환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도 늘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된 대선후보들의 정책은 보다 파편화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탈모·난임 등으로 대표되는 본인부담 완화 정책들은 ‘생활밀착’이라는 찬사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가운데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탈모’ 화두 던진 이재명 후보...임플란트에 피임시술까지
보건의료 공약 가운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책 중 하나로 이재명 후보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탈모 공약은 ‘꼭 해줘야 하는가’와 ‘다 해줄수 있는가’의 두 측면에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한때 공약집 초안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으나 보험 적용을 기대하고 있던 탈모인들로부터 더 큰 반발이 일어난 끝에 공식적으로 채택됐다.
이 후보 캠프에서 추산하는 탈모 건강보험 적용 지출은 대략 1000억원 정도다. ‘재정 고갈’이라는 우려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확행’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적은 금액도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대선후보 보건의료정책토론회에 참여한 김성주 수석본부장은 “탈모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느냐는 비난은 잘못된 것”이라며 “보편적 보장성 강화 측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밖에도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60세부터는 임플란트 2개까지 급여화, 65세부터는 임플란트 2개에서 4개로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치아가 전혀 없는 환자에게도 임플란트 급여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피임과 임신중지 보장성 확대 차원에서 피임시술 및 임신중지 의료행위 건보 적용, 난임치료 약제비 급여화, 아동·청소년 중증 아토피 치료제 급여화 등 다양한 급여 전환 정책이 ‘소확행 공약’에 포함됐다.
윤석열 후보 ‘심쿵약속’ 전면 급여화 공약 다수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소확행’ 공약에 ‘심쿵약속’과 ‘59초 공약’으로 맞섰다. 이와 함께 개별 치료영역의 환자 본인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다수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윤 후보 또한 난임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모든 난임 부부에 치료비를 지원하고, 난임부부 치료에 대한 비급여 진료도 확대한다.
또한 임신·출산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모든 질병의 치료비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증질환 및 희귀암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증질환자들에 대한 장기요양 간병비용도 점진적으로 건보 적용을 추진한다.
장애인 지원 영역에서는 재활로봇을 활용한 보행치료 의료수가를 높이고, 인공와우 수술 혜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만성질환 분야에서 연속혈당측정기 건강보험 지원을 통한 당뇨병 환자 부담을 경감해 준다는 계획이다. 1형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소아, 임신성, 성인, 2형 당뇨병 환자도 연속혈당측정기 건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65세 이상 고령층의 대상포진 무료 접종,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비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윤 후보 캠프는 이들 공약을 대부분 짤막한 유투브 영상 등의 형식을 빌려 설명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혜택을 받는 범위와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마련 방안은 함께 담겨 있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에는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세입증대 예상분 및 건강보험 재정의 탄력적 활용”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안철수 후보의 정책은 3일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정으로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윤 후보 선거캠프에서 향후 안 후보의 '탈모약 가격 절반'과 같은 정책을 내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심상정 후보 “병원비 1억 나와도 일년에 100만원만”
심상정 후보는 ‘연간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라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심 후보는 ‘심상정케어’로 명명한 보건의료공약을 통해, 민간의료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제안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약 10조원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국회에서 심상정케어를 발표하며 “민간의료보험의 5분의 1만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 가능하다”라며 “전국민 주치의제로 모든 국민이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득에 따라 동일 비율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낸 액수와 무관하게 치료를 받는 구조다. 성형과 미용 등을 제외한 의학적 성격의 모든 치료를 포괄해 예비급여 및 비급여까지 적용하겠다는 목표다.
심 후보는 “국민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니 전국민의료보험을 운영하는 나라에서 사실상 제2의 시장보험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복지국가의 무상의료는 사실상 100만원 상한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적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포부이지만 이 또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10조원은 현재 건강보험 총 예산의 10%이며 국고에서 건강보험에 지원되는 보조금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