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의료인들이 굳이 직접 창업 전반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업계 조언이 나왔다.
이동호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이코노미 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며 “후보물질 발견이 창업 및 제품 출시까지 이어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바이오이코노미 포럼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바이오산업 포럼으로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는 ‘스타트업과 산학협력을 위한 바이오메디컬 혁신 생태계’였다.
이 대표는 “대부분 교수들이 창업을 생각할 때 좋은 후보물질이 곧 좋은 제품과 시장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창업은 투자 자본금을 비롯해, 사업 계획, 경쟁자 분석, 시장 및 고객 분석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연구자가 창업을 하고 성공적인 제품 출시까지 이루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들이 망한 이유를 주제로 1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설문조사에서 실패 원인으로 ‘적시에 자본금이 부족해져서’를 비롯해 여러 다양한 이유가 나왔다”며 “특히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인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실패에 대해 인색한 편이다. 게다가 협업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편이다. 스타트업 성공이 더욱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의 방향으로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을 자문하는 기업의 종류로는 크게 인큐베이터(Incubator),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그리고 컴퍼니 빌더가 있다”며 “이 중 우리나라에서는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는 잘 알려져 있는데, 컴퍼니 빌더 개념은 정립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활동 중인 바이오벤처 기업이 2000개가 넘고, 액셀러레이터 인증기업도 322곳 있다. 투자도 현재 정부에서 1조2000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의 30% 수준이지만 바이오벤처 중 두각을 드러낸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컴퍼니 빌더 기반 체계적인 창업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컴퍼니 빌더는 말 그대로 회사를 창업하는 기업이다. 학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자본 조달, 회사 설립, 인력 지원, 사업적 컬레버레이션 등 창업 전반에 관한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이 대표는 “컴퍼니 빌더가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지분율에 있다”며 “초기 방향 설정에만 자문을 하는 인큐베이터나 자본금을 조달하고 약간의 지분을 인정받는 액셀러레이터와 달리, 컴퍼니 빌더는 연구진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사서 창업을 대신하는 창업 대행자 느낌이 강하다. 지분도 가장 많이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컴퍼니 빌더는 아이디어를 사들인 데 대한 대가로 시장 진입 및 정착까지 창업과정 전반을 끝까지 책임진다”며 “일반적으로 연구진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애착으로 제품으로서 객관적 분석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컴퍼니 빌더가 이를 잡아주는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처음 설립했던 회사는 브루스 뷰틀러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교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이뮤노디자이너스’였다”며 “뷰틀러 교수가 1년에 약 10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새로운 유전자 타깃을 찾아내고, 회사가 이를 제품화하는 구조다. 지분율의 경우 회사가 80%, 뷰틀러 교수가 20%”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모더나 창업자인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비롯해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랩컨트롤 설립자, 김용태 조지아공대 교수 겸 멥스젠 대표이사 등도 연사로 나서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모델을 소개하고 향후 전망을 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