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마지막 국감임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치국감’이 아닌 ‘정책국감’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며 백신, 전화처방 등 코로나19 관련 이슈는 물론 사무장병원, 특정 진료과목 전공의 기피 현상, 의료전달체계 등에 대한 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유력 대선주자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인 조모 씨 인턴 등 관련 증인·참고인 등을 제외하면서 정책국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주자에 대한 검증, 공정성 문제로 사회적으로 이슈화됐던 사안에 대한 검증이 아쉽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책국감 선언 복지위, 윤석열·홍준표 등 증인 ‘제외’
보건복지위가 정책국감을 선언하고, 출석 요구할 증인 및 참고인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조모 씨 등을 제외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위는 대형 정치이슈를 피해 가게 됐지만, 해당 인사들이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이슈에 얽혀 있었다는 점에서 ‘맹탕 국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보건복지위는 지난 9월 27일 윤 전 총장, 홍 의원, 조인수 한일병원장 등을 증인 및 참고인에 대한 국감 출석요구명단에서 제외했다.
표면상 이유는 정치국감이 아닌 정책국감을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윤 전 총장의 장모는 의료법을 위반해 사무장 요양병원을 불법 운영으로 약 23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윤 전 총장 장모 최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홍 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폐원을 결정했던 진주의료원 관련 증인 출석이 고려됐었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진주의료원 폐원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은 조모 씨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치대 부산대 의과대학장, 조인수 한일병원장 등에 대한 질의를 계획했는데, 조모 씨의 한일병원 인턴 근무가 적절했느냐에 대한 문제를 파고들 예정이었다.
야당 신청 사유는 ‘의료인 양성을 위한 입학사정 업무 적정성’ ‘수련의 자격변동에 따른 수련교육 참여 적정성 여부’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출석요구서에 이들은 포함되지 않아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복지위 국감이 맹탕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으나, 여야는 모두 정책국감을 위한 합의라고 자평했다.
보건복지위 여당 관계자는 “정책국감에 집중하기 위해 여야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답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국감은 덜 정치적이고, 정책국감으로 임하자고 해서 정치적인 부분 증인·참고인은 빼고 국민건강 문제, 코로나19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마음으로 국감에 임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증인·참고인으로 본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이슈
결과적으로 보건복지위 국감 관련 증인·참고인 명단에는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김재화 분당차병원장,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우선 코로나19다. 이번 복지위 국감 최대 화두는 코로나19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야 초점은 다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과 의료공백 및 공공의료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이로 인해 늦어지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위드 코로나의 ‘키(Key)’로 평가되는 백신 접종률과 백신 접종 계약 등에 대해 야당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개발 중인 사항을 어떻게 지원하는 게 좋을지 체크하자고 증인 등을 신청했는데 여당이 안 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원격의료도 도마 위에 오른다. 여당은 김대업 약사회장과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등을 각각 ‘화상투약기 및 약 배달 등 규제 완화’와 ‘원격진료, 약 배달 플랫폼 운영’ 등을 이유로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화상 투약기는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화상으로 약사 복약 상담을 받아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마찬가지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 등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만만찮은 효과가 있었음이 여당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료기관이 지도록 하는 방안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수술실CCTV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의료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 의원 발언 이후 환연은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규정만 입법이 된다면 ‘환자, 의료사고 피해자 등이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는데, 안기종 환연 대표가 해당 건과 관련해 국감에 출석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경구용 낙태약인 미프지미소 가교임상 사안도 지적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9월 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현대약품에서 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해당 약제의 가교임상 면제를 논의했다.
문재인케어 비롯해 의료전달체계, 사무장병원 등 단골 이슈
한편 매번 국감 때마다 언급되는 문재인 케어, 의료전달체계, 사무장병원 등 단골이슈도 어김없이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문재인 케어'가 가시화되면서 이는 국감의 단골 소재가 됐다. 특히 문케어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왜곡 문제,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 세례가 끊이지 않았다.
여당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무장병원을 꼽는다. 국감이 시작된 10월 1일 이후 사무장병원의 요양병원 부정 수급 등은 물론 건보료 체납, 제약사 약가인하 행정소송 문제도 적극 제기하고 있다.
특히 건보공단 노조는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비용을 건보재정에 떠넘기면서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국가재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건강보험에 떠넘긴 것은 관련 보험료 경감 후 미교부액 6459억 원, 의료인력 지원 수가 480억 원, 코로나19 진단검사비 2898억 원, 백신 접종비 3579억 원 등 총 1조3416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감염병예방법 등에 명시됐듯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국가 책무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과 65세 이상 독감접종 등도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의사인력 확대, 공공의료 강화, 코로나19 상황 속 의료인력 처우 개선 등도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