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A 정형외과 교수가 B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손가락을 절단 당하는 등 피해를 입은 가운데, 흉기 난동의 원인이 ‘진료 불만’이 아닌 ‘진단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B씨가 국가장애등급 등을 받기 위한 진단서를 요구했으나, A 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앙갚음’ 차원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관계자는 “B씨가 ‘국가장애등급’과 ‘민간보험사’ 등 제출을 목적으로 진단서를 요청했으나, A교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흉기 난동을 피웠다”고 밝혔다.
학회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4일 피해자인 A 전문의를 한 시간 가량 면담했다.
정형외과학회 관계자는 “(장애등급을 위해) 손이 덜 구부러지는 각도를 과하게 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해당 환자는 수술이 잘 돼 많이 회복이 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B씨가 진료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문제는 의료진-환자 간 진단서를 두고 갈등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특히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환자가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데, 정형외과·신경외과 등 진료과 의료진의 경우에는 한 달에 몇 건씩 고성·폭력 등 협박에 시달린다는 증언도 심심찮게 나온다.
더욱이 협박을 이기지 못 해 환자에게 유리한 진단서를 써줄 경우에는 보험사로부터 ‘보험 사기’로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한다.
또 다른 정형외과학회 관계자는 “고성·폭력 등 협박이 적어도 한 달에 한두 건은 있는데, 대학병원에서 이정도면 개인병원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한시장애 진단을 하면 보험금 1000만원, 영구장애 진단서를 써주면 5000만원 등 차이가 크다 보니 폭력이 잦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 주변에도 보험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의사가 한 둘이 아니다”며 “대부분 무죄가 나오긴 하지만 보험 사기로 고소를 당하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근본적으로는 의료진에게 허위 진단서 작성을 강요하는 이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등) 3은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내주거나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수정 등을 한 의료인에 대해 1년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허위 진단서를 요구한 환자에 대한 처벌 근거는 따로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 입장에서는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할 경우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고, 환자 요구를 거부할 때는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이라며 “허위 진단서 발급이 의료인 폭행과 상당부분 관계돼 있는 만큼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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