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게 비급여 진료내역과 진료비용을 공개토록 규정한 현행 의료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지를 놓고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19일 서울 헌재 대심판정에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법령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은 올해 초 비급여 진료비의 항목을 보고토록 한 규정이 의료소비자인 국민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의사 양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장이 비급여 진료비용과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토록 규정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비급여 관련 현황을 공개할 수 있고 자료 제출 명령도 할 수 있다.
해당 규정을 두고 의료계에선 일찍이 강한 반발이 일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 김민겸 서울시치과의사회장은 "비급여 진료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은 비급여 진료의 상세한 내용과 가격 결정 방법이 담겨있는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는 환자들에게 값싸고 저급한 의료기관을 선택할 위험에 노출되게 한다"며 "의료인들도 신의료기술 연구·습득과 최신 기자재·장비 구입보다는 광고나 홍보에 몰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구인 측 다른 참고인인 임민식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선택 비급여가 많은데, 생명과 관계없는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비급여 진료를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면서 "비급여 규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전문가주의에 입각해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 없어, 실태 파악조차 안 된다면 정책 수행 어려워”
정부도 기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남규 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보고 제도는 비급여의 실태 파악과 분석을 위한 제도“라며 ”의료기관의 우려처럼 직업의 자유나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높은 품질을 위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맞섰다.
그는 이어 "비급여 보고 제도는 필수 의료영역에 대한 국가 보장을 높이고 안전한 진료를 위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진료의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과 진료 선택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못한다면 정책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헌재는 이날 나온 변론 내용을 참조해 헌법소원 심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대한개원의협의회 또한 지난해 1월 비급여 항목 등 공개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대개협의 청구건은 서울시치과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제기한 이번 건과는 별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