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파이프라인 한 개 올인한 제약사 '어려움' 직면
상장 폐지 결정 신라젠·거래 중지 코오롱티슈진 외에도 다수 바이오기업 '휘청'
2022.01.24 05: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격언은 바이오 업계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단일 파이프라인에 집중을 하는 차원을 넘어 무리수를 꾀했다가 흔들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을 비롯해 메드팩토, 현대바이오, 엔지켐생명과학 등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사업을 운영 중인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저마다 부침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신라젠이 있다. 지난 2016년 코스닥 상장한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펙사벡’에 승부를 걸었다. 펙사벡을 바탕으로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을 간암, 신장암, 흑색종 등 여러 암종 적응증에 시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펙사벡의 간암 말기 환자 대상 임상3상에 대해 중단 권고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무용성 평가 결과 펙사벡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2020년 문은상 당시 대표이사 횡령 및 배임 의혹까지 겹치면서 회사 운명은 격랑 속으로 빠졌다. 같은 해 5월 거래정지 조처된 데 이어 11월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올해 1월 18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신라젠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추후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신라젠에 개선기간을 부여하거나 상장 폐지를 의결할 전망이다. 
 
기심위 판단 기준은 ‘사업 지속성’이었다. 지난해 신라젠은 엠투엔과 인수협상을 완료하고 대표를 교체하면서 당장 자금 및 경영 문제는 해결했다. 
 
하지만 엠투엔 인수 자금 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파이프라인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펙사벡에 의존한 단일 파이프라인의 위험성이 마지막에도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신라젠처럼 풍전등화에 놓인 기업도 있다.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로 유명한 코오롱티슈진이다. 코오롱티슈진 또한 현재 거래 중지인 상황으로 오는 2월 중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상장 유지가 결정돼도 곧바로 거래가 재개되지 못한다. 지난해 6월 추가된 전(前)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부여받은 개선기간이 끝난 뒤 8월 열릴 기심위에서도 거래재개가 인정돼야 한다. 
 
코오롱티슈진 발목을 잡은 것은 ‘인보사’ 사태다. 인보사는 코오롱티슈진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로, 2019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 허가 당시 제출자료에 기록된 주요 성분은 연골세포였지만 시판 이후 제조에는 신장유래세포(GP2-293)를 사용했다는 점이 드러난 까닭이다. 특히 GP2-293이 형질전환 세포로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안전성 우려가 커졌다.
 
이후 식약처 조사에서 판매를 맡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 전에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았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또한 단일 파이프라인이 만들어낸 독(毒)으로 해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성분을 바꾸게 되면 심사 과정이 추가되고 당연히 신약 출시는 차질을 빚게 된다”며 “사실상 인보사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승부를 보던 코오롱 측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사실 은폐를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드팩토‧현대바이오‧엔지켐생명과학 등도 ‘아픈 기억’
 
메드팩토의 경우 상장 폐지까지는 아니지만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했다가 휘청였던 바 있다. 
 
메드팩토는 지난 13일 하루 동안 주가가 27.54% 급락했다. 하한가인 30%에 근접한 낙폭으로 큰 피해를 봤다.
 
 
이유는 식약처의 임상시험 변경안 불허였다. 메드팩토는 현재 비소세포페암 적응증 대상 자사 신약후보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2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임상 중 피부독성 및 간독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고, 메드팩토는 투여 용량을 줄이겠다는 변경안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상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메드팩토 주가가 급락한 이유 역시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지적된다. 메드팩토 홈페이지에 공개된 파이프라인에 따르면, 현재 백토서팁 병용요법 외 임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군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암종을 시험하고 있지만 큰 줄기는 백토서팁 하나인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기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대바이오의 경우 구랍 7일 기자회견 당일에 주가 15%가 하락했다. 현대바이오는 이날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CP-COV03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임상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확인이 없었고 세간의 기대를 모았던 코로나19‧독감 이중효과에 대한 실질적 입증이 부족하다는 평(評)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현대바이오 또한 파이프라인에 약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사인 씨앤팜의 약물전달시스템 ‘DDS’ 기술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CP-COV03 또한 난용성 약물인 니클로사마이드를 DDS를 통해 흡수율을 높인 형태의 신약후보다.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인한 우려를 사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녹용 유래 물질인 EC-18에 ‘올인’한 상황이다.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 등 여러 질병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들의 후보물질은 모두 EC-18로 같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초 롯데그룹 인수설이 나오면서 주가를 올렸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면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결국 롯데그룹의 인수는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도 손해를 봤다. 인수설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16일에는 최고가가 14만6957원까지 도달했지만 그 이후 꾸준히 하향세를 기록하면서, 올해 1월 14일에는 최근 1년 중 최저가인 4만7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20일에는 4만9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바이오기업은 자본력이 부족한 편이다. 파이프라인을 늘릴 여력이 모자란 측면이 있다”며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발견하면 여러 질병에 시도하다가 가능성이 좀 더 가시화되는 쪽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그리 좋0지 않은 전략”이라며 “실제로 많은 기업이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했다가 그 파이프라인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힘겨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제약‧바이오기업은 결국 신약 발굴 능력을 보여줘야 살아남는다. 그렇다고 기존 파이프라인을 제품까지 잇는 것은 단기간에 불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2~3년에 한번씩은 최소 신규물질에 대한 전임상 결과라도 공개해 후보물질에 대한 발굴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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