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고 신뢰도 잃은 정부 코로나19 백신 정책
2021.08.27 06:1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수첩]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50%를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 놓고 보면 그래도 빠른 축에 속한다.

혹자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비판하지만, 백신 수요가 폭주 중이고 백신 개발 주체국이 아님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선방 중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 좋은 평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수치상 접종률과 국민 체감률에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 처럼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일관성’ 부재다. 
 
아스트라제네카 연령제한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연령 제한 기준을 다른 국가보다 다소 낮은 30세로 설정했다.

백신으로 얻는 이득이 부작용보다 크다는 이유였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부작용 사례 증가로 불신론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정부는 접종률 제고를 이유로 30~40대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강행했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특히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부작용 사례가 쏟아졌고, 그중 일부는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안았다. 백신 부작용 관련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에 보건당국은 백신 연령제한을 50세 이상으로 상향 조치했지만,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50세 미만 접종자들은 졸지에 교차접종 대상자가 됐다.
 
물론 효과가 좋다는 해외 연구사례는 일부 있었지만, 교차접종에 대한 안전성은 아직 완전한 검증됐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 상당수는 별다른 선택권 없이 교차접종으로 배정됐다. 이에 따른 설명은 부족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이 조치는 모더나 수급 문제가 터지면서 또 한번 자충수로 돌아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 전개되며 아까운 백신만 버려졌다. 불신론과 미봉책이 초래한 합작품이었다.
 
이에 정부는 잔여백신에 한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 제한을 다시금 30세로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제한을 강화한 백신을 또 다시 조정하는 것은 정부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정부는 접종 속도를 높여야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를 강행했다.
 
모더나 백신 수급 문제에 따른 접종간격 변경도 촌극 그 자체였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 수급이 늦어지자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렸다. 백신 공급을 위한 고육지책이란 명분에서였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국민들 불안과 비판은 더욱 격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모더나로 ‘특사’를 보내 공급을 독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모더나와 계약 당시 월별은 커녕 분기별 공급 계획조차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졸속 계약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권이 바뀌면 백신 특감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후 정부는 모더나와 협의 끝에 8~9월 공급 물량 확대에 성공했지만 이미 신뢰는 땅에 떨어진 뒤였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실책을 저질렀다. 백신 접종 간격을 다시 4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접종 간격을 조정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일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갈지자 행보의 연속이다. 
 
정부 백신 정책이 비난 받는 것은 결국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일관성 대신 형편이나 여론에 따른 미봉책만을 선택한 까닭이다. 강도 높은 역학조사를 통한 방역 정책으로 받았던 ‘K-방역’이라는 찬사는 빛이 바래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어떤 백신 대책을 내놔도 믿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이다. 팬데믹 등 비상시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국민 간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일관성으로부터 나온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백신 정책 설정에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형편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믿어줄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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