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2019년 소멸·변화 속 새 희망
2019.01.03 11: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양보혜기자 / 기획 上]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의료기관, 많은 논란과 이슈를 낳았던 의과대학, 타 직역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제약회사 영업판촉 활동까지 등.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힘차게 맞이한 황금돼지띠 기해년(己亥年)이지만 국내 병원계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대상도 있다. 하지만 소멸 또는 변화가 곧 마지막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는다. 2019년 황금돼지가 안겨줄 기회와 희망을 다시 노래한다.


‘새해둥이’ 울음소리 사라진 제일병원

 

새해 1월 1일 00시 태어난 첫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새 출발의 의미를 가지면서 보건의료계 소식의 첫 면을 장식한다.
 

국내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일병원의 새해둥이 사진은 일상화된 뉴스였다. 하지만 분만실이 폐쇄되면서 올해는 다른 의료기관이 이를 대신하게 됐다.


제일병원은 지난 1963년 서울 중구 묵정동에 개원, 55년간 여성전문병원으로 자리를 지켜오면서 국내 여성의학 역사를 써 왔다. 연예인, 정·재계 인사들이 찾을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지난 2000년까지 전국 분만 실적 1위 자리를 기록했지만 저출산 여파, 무리한 투자로 경영난이 지속돼 폐원 위기를 맞게 됐다.


제일병원은 작년 10월 병상 가동을 중단했으며, 분만실, 중환자실 등도 폐쇄됐다. 현재 병원장도 공석 상태고, 지난달 29일부터는 휴원 공지 후 외래진료도 보지 않고 있다.


경영진은 병원 매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인수 의사를 밝혔던 투자자들과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해를 넘겼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정상화 기대감은 사라졌다.


새해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지난 2011년 이곳에서 쌍둥이 자녀를 분만한 배우 이영애 씨가 제일병원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제일병원 법정관리 여부는 1월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인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병원 이사회 구성권을 인수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이 이뤄지게 된다.


제일병원이 과거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폐원이 아닌 ‘유지’ 또는 ‘재도약’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새 희망의 기대를 걸어본다.


2020년 대학모집 안내 목록서 없어진 서남의대

 

서남대학교의과대학은 이제 없다. 서남대가 지난해 2월 폐교되면서 2019년 서남대 의대 정원 총 49명이 전북대 의대(수시 12명, 정시 20명 추가), 원광대 의대(수시 12명, 정시 5명 추가)로 분배됐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탄생한 서남대학교는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도 적지 않은 세월을 버텼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 보루이자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의과대학이었다.


커트라인 최하위 의대라는 꼬리표는 감출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의대는 의대였다. 0.01%로 커트라인이 갈리는 의대의 특성 상 수능 자연계 1% 수준을 유지해야 입학이 가능했다.


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고 지난 2012년 설립자 이홍하씨 횡령사건을 계기로 극단적인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임상실습 교육시간을 속이는 등 마구잡이식 운영을 했음이 공공연히 밝혀졌다. 남아있는 학생들의 울분과 졸업한 선배들의 불편함이 뒤섞인 채 지난해 2월 학교는 문을 닫았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래도 의대는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고 명지병원, 예수병원, 서울시립대, 한남대 등이 인수를 타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새로운 탈출구가 모색된다. 방식도 달라졌다. 전에 없던 국립 공공의료대학이 설립된다. 지방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무원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폐교한 서남의대 정원인 49명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2022년 세워질 공공의대 교정은 서남대가 위치한 전북 남원에 두게 되며, 교육은 국립중앙의료원과 남원 의료원 등 전국 협력병원에서 순환 방식으로 실시된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서남의대는 없어졌고 올해부터 후배는 사라졌다.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 생명줄을 잡는 서남의대 후배 아닌 후배들이 탄생하길 바란다.


서울 서초동 시대 막 내린 심평원
 

보건의료계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현(現)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구(舊) 심평원 본원이 올해 11월 예정된 강원 원주 2차 이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화려한 빌딩들이 즐비한 서초동 대로변에 세월에 다소 뒤처진 듯한 감색의 빌딩이지만 그간 없었던 ‘의료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고군분투했던 많은 임직원들의 노고가 서린 곳이다.


이곳은 2000년 기관 설립과 동시에 심평원을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보건의료정책 최종 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주로 열리고 있으며 각종 제도의 향배를 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심평원은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농담이 나올 만큼 외부 인사가 많이 오고 가는 자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별 대표 교수들은 이곳에서 많은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물론 삭감이 이뤄지는 장소이기에 의료계 시선은 날카로울 때가 많았다고 급여기준에서 벗어난 환자들도 집회를 열어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사라는 막강한 권한과 평가 등급을 나누는 상징적 건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선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래도 긴 세월 존재했기에 미운정도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4000원의 밥값을 유지하며 외부인들의 식사도 가능한 정이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내년도 업체 계약과정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한다는 조항을 걸어뒀다.


이는 서초동 시대가 온전히 막을 내리게 됨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다양한 시선들이 서초동 심평원을 상징하고 있다. 1차 원주 이전이 벌써 3년 지났지만 여전히 서초동 심평원은 생산활동이 가능해 건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올 11월경 원주 2사옥 입주가 가능해지면 서초동 심평원은 간판을 떼고 자리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예정대로 심평원 간판은 명인제약으로 바뀐다.


문 닫는 성바오로병원은평성모병원 통합

 

올해 은평성모병원으로 통합되는 성바오로병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제 6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성바오로병원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은평성모병원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청량리 지역의 대대적인 개발 영향권에 있었던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2009년부터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존폐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해 왔다. 지난해 건물이 최종 매각되면서 통폐합이 결정됐다.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1957년 12월 개원 후 1961년 가톨릭의대 부속병원으로 편입, 지역은 물론 국내 의료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1978년 국내 최초 심장전문센터인 한국순환기센터를 설립했고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의료기관평가 ‘최우수 병원’ 선정 등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내년 4월 오픈 예정인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의 9번째 부속병원 은평성모병원은 성바오로병원 의료진 및 시스템을 흡수한다. 지하 7층, 지상 17층, 808병상 규모다.


수도권 서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가톨릭학원과 CMC 의료기술 및 경험을 집약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기대된다.


설계부터 환자중심의 안전한 의료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우수한 의료진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북한산과 어우러진 친환경적 치유환경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의료문화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향후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은평성모병원이 개원하면 세브란스병원과 직접적인 경쟁구도는 물론 강북삼성병원, 경기권 명지병원 등이 긴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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