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 불구 '醫·韓 협진 4단계 시범사업' 실시
2024년 12월까지 경희대·양산부산대병원 등 75곳, '효과성 근거 등 연구 강화'
2022.04.18 05: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이 결국 시작됐다.
 
오는 2024년 12월 말까지 진행되는 해당 사업에는 경희대학교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등 2곳 상급종합병원을 포함, 총 75개 기관이 참여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계와 한의계 간 협진 활성화를 위한 4단계 시범사업이 지난 15일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11월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한 협진 시범사업 추진계획이 보고됐으며, 올해 3월 공모를 거쳐 전국 75개 의료기관이 시범기관으로 선정됐다.
 
4단계 사업에선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협진을 보다 체계화한다. 본 제도로 전환을 위해 필요한 협진 효과성 근거 등에 대한 연구도 강화하게 된다.
 
먼저 시범기관에서는 협진 절차, 내용 등을 표준화한 지침(표준임상경로(CP; Critical Pathway))을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해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3단계 시범사업 기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환자 모집 및 임상연구가 원활하지 못했지만 4단계 시범사업 기간에는 협진 효과성 근거 연구도 강화한다.
 
1∼3등급으로 구분됐던 협의진료료는 기존 3등급 수준으로 수가를 단일화 한다. 이를 위해 사업 예산으로 34억9000만원이 배정됐다. 
 
참여 의료기관은 총 75곳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경희대학교병원·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선정됐다. 
 
종합병원에서는 강동경희대학교의대병원·학교법인 동의병원·(의)나사렛의료재단 나사렛국제병원·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원광대학교 산본병원·동국대학교일산불교병원·의료법인녹산의료재단 동수원병원이 참여한다.
 
병원은 의료법인제민의료재단 동서병원·의료법인명문의료재단 대구기독병원·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가천대부속 동인천길병원·장흥통합의료병원·전주우석병원, 의원급은 강동인애가의원·의료법인일맥의료재단 송파인애가의원 등이다.
 
2016년 7월 시작 3단계 시범사업까지 완료, 협진서비스 9만명 제공
 
앞선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2016년 7월부터 3단계에 걸쳐 시행됐다. 지난 2016년 7월 시작된 1단계 사업 기간에는 13개 기관이 참여했고, 협진 시 환자 본인부담 제도가 개선됐다. 
 
기존에는 한 기관에서 같은 날에 동일 질환으로 의과, 한의과 진료를 모두 받을 때 후행 진료는 전액 본인이 부담했지만 사업을 통해 후행 진료도 통상적인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적용받도록 했다.
 
2017년 11월 시작된 2단계 사업 기간에는 45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협의진료료 수가가 도입됐다.
 
협의 진료료는 의사와 한의사가 협의해 행하는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다. 첫 협진에 대한 ‘일차 협의진료료’와 그 이후 진행되는 협진에 대한 ‘지속 협의진료료’로 구분됐다.
 
2019년 10월부터 수행된 3단계 사업 기간은 70개 기관이 참여했다. 협진 기반, 과정 및 절차 등에 대한 기관평가를 통해 협의진료료를 3등급으로 차등해 지급됐다.
 
1등급, 2등급은 3등급 대비 각 50%, 25%를 가산 받는다. 3단계 사업 기간 동안 약 9만여명의 환자 협진 서비스를 받았다. 
 
의료계 “근거 없는 정책 폐기돼야”…복지부 “치료효과 높이는 과학적 기반 확보”
 
이번 4단계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를 개최한데 이어 시범사업 연장 결정의 근거가 됐던 연구 보고서의 진상조사 감사를 청구했다
 
의협은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의 치료기간이 짧으면 효과가 있다는 통계 해석의 오류와 환자만족도로 의학적 효용성을 인정한 점 등도 시범사업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또 해당 보고서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를 참여 연구진에 올렸고, 협진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 마지막 치료일을 치료 완료시점으로 단정하는 결과 왜곡 등 문제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에서 협진 의뢰는 한방→의과 의뢰가 98.3%에 달한 반면, 의과→한방 의뢰는 1.7%에 그쳤다. 한방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은 채 대부분 의과에 의뢰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판단이다. 
 
이로 인해 협진 청구 비용의 92.2%는 한방병원이 차지했다. 이는 의·한 협진을 내세워 한방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지급을 위한 시범사업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실체는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에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붓는 데 있다”면서 “근거 없는 사업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그동안의 사업을 통해 의‧한 협의 진료가 단독 진료에 비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일부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2021년 7월 SCI 학술지에도 발표됐다.
 
요통의 경우 협진 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단독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 비해 요통으로 인한 기능장애(ODI)가 유의하게 감소하고, 삶의 질 평가(EQ-5D)도 향상됐다.
 
강민규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우리는 뛰어난 한의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강점이 있다. 향후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질 높은 협진 서비스를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