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색체 이상 남성, 당뇨병 등 일반 질병 위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의학연구위원회 연구팀
2022.06.13 17:20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인간의 유전 정보가 담겨있는 23쌍의 염색체 중 한 쌍은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남성의 성염색체는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하나(XY), 여성의 성염색체는 X염색체 2개(XX)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남성은 성염색체에 X 또는 Y가 하나 더 추가된 XXY 또는 XYY인 경우가 있다. 전자를 클라인펠터 증후군, 후자를 XYY 증후군이라 부른다.


성염색체가 XXY인 남성은 사춘기가 늦어지거나 불임 원인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성염색체 이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


성염색체가 XYY인 남성은 소년기 또는 성인기에 남보다 키가 큰 경향을 보이지만 어떤 뚜렷한 신체적인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성염색체 이상은 유전자 검사로만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런 성염색체 이상을 지닌 남성은 500명에 한 명꼴이며 당뇨병, 동맥경화, 혈전 등 일반적인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성염색체가 정상인 남성들보다 상당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의학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 역학 연구실의 켄 옹 교수 연구팀이 영국 남성 20만7천67명(40~70세)의 바이오뱅크(UK Biobank) 유전자 분석 데이터와 건강상태 조사 자료를 이용,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1일 보도했다.


이 중 213명이 XXY, 148명이 XYY 성염색체 이상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이러한 성염색체 이상을 가진 남성이 500명 중 한 명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들의 유전자 데이터와 정기적인 건강검진 기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성염색체가 XXY인 남성은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성염색체가 정상인 남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춘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3배, 자식이 없을 가능성이 4배 높았다. 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한편, 성염색체가 XYY인 남성은 생식기능은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성염색체가 XXY이거나 XYY인 남성은 성염색체가 정상인 남성보다 2형 당뇨병 발생률이 3배, 정맥 혈전증 발생률이 6배,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 발생률이 3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발생률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맥 혈전증은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것이며 이 혈전의 조각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돌다가 폐동맥을 막으면 치명적인 폐색전증이 발생한다. 폐색전증이 진행되면 빈맥(빠른 맥박)과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심하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COPD는 흡연, 공기 오염 노출, 감염 등으로 기도와 폐가 손상돼 호흡기의 공기 흐름이 제한되면서 만성적인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질환(만성 기관지염, 폐기종)이다.


이 결과는 성염색체 이상을 지닌 남성은 예방이 가능한 여러 가지 대사, 혈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남성의 성염색체 이상이 왜 이러한 위험을 가져오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그러나 성염색체 이상과 관련된 질환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찍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여성도 성염색체에 X가 하나 더 추가된 XXX 성염색체를 지닌 경우가 있다.


이런 여성은 정상 성염색체를 가진 여성보다 언어발달이 늦고 사춘기까지 성장 속도가 빠르며 지능지수(IQ)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 유전·유전체학 학회(ACMG: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and Genomics) 학술지 '의학 유전학'(Genetics in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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