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율 10% 췌장암···왜 치료가 그렇게 어려울까
촘촘히 종양 감싼 섬유질 망, 치료제 접근 차단
2022.04.06 19:48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매우 위험한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고지방식을 많이 섭취하는 미국에서 췌장암은 암 사망 원인 3위에 올라 있다.

췌장암 치료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망(網) 구조의 섬유질 조직이 종양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섬유질 망은 치료제 접근을 막아 결과적으로 종양의 공격적인 성장을 촉진한다.
 

마침내 미국 뉴욕대(NYU) 과학자들이 췌장암의 섬유질 망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핵심 역할을 하는 건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병원체와 노폐물 등을 집어삼키는 대식세포(macrophage)였다.
 

이 연구는 미국 뉴욕 소재 학술 의료 센터인 'NYU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의 다프나 바 사기(Dafna Bar-Sagi) 생화학 분자약리학 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4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대식세포의 콜라겐 분해종양 섬유질 망 강화 메커니즘 규명

 

바 사기 교수팀은 이전의 연구를 통해 대식세포가 췌장암 종양을 격리하는 콜라젠에 특이하게 작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종양 주변에 콜라겐이 너무 많이 쌓이면 비정상적 변환을 거쳐 섬유조직이 형성되는데 대식세포가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런 환경에서 대식세포는 마노스 수용체(MRC1)를 이용해 콜라겐을 포식한 뒤 분해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체내 기관을 지지하고 손상 조직의 재건을 돕는 촘촘한 단백질 망에 초점을 맞췄다. 이 망의 주요 구성 요소인 콜라겐 단백질 섬유는 끊임없이 분해됐다.

따라서 상처가 치유될 때 적절한 인장 강도를 유지하려면 콜라겐의 지속적인 대체가 필요했다. 그런데 콜라겐이 분해되면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arginine)의 양이 늘어난다는 게 새로이 밝혀졌다. 아르기닌은 산화질소 합성효소(iNOS)가 반응성 질소종(RNS)이라는 화합물을 생성할 때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콜라겐 기반 섬유질 망을 만드는 건, 종양 주변 조직을 지지하는 성상세포(星狀細胞)였다.
 

논문 제1 저자인 매들린 라루 박사는 "췌장암 종양이 어떻게 대식세포를 조정해 섬유질 장벽을 세우게 하는지 밝혀낸 것"이라면서 "이 분자 골격은 전암(pre-cancer) 단계의 주변 변화에 대응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포 배양 실험과 생쥐 모델 실험에서 대식세포가 섬유질 망을 생성하는 메커니즘이 상세히 드러났다.
 

췌장암 종양 주변에 콜라겐이 증가하면 대식세포가 더 많은 콜라겐을 집어삼켜 분해했다. 뿐만 아니라 대식세포는 대사 시스템을 재편해 섬유질 생성 신호를 내보냈다.
 

대식세포의 이런 행동 변화는 과도한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세포 배양 실험에서 대식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할 때보다 암세포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에서 더 많은 콜라겐을 분해했다. 암세포에 관여하지 않는 대식세포는 반응성 질소종을 생성하는 수위도 훨씬 더 높았다.
 

췌장암 종양 주변의 성상세포를 먼저 콜라겐으로 처리한 뒤 종양 세포와 함께 생쥐 모델에 이식하자 종양 내 콜라겐 섬유의 밀도가 두 배로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실험 결과는 한 가지 결론을 가리켰다.
 

대식세포가 관여하는 콜라겐 변환에 따라 췌장암 종양 주변에 치료제 내성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바 사기 교수는 "섬유질 망이 이처럼 조밀하게 싸고 있는 환경이 췌장암 치료를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라면서 "췌장암 치료를 개선하려면 대식세포 단백질 탐색이 방어벽 형성에 어떻게 연관됐는지부터 알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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