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증가 속 '의약품 불법조제·유통' 우려 확산
“터질 게 터졌다” 개인 일탈 넘어 구조적인 문제 발생론 재점화
2022.03.08 05:5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한시 허용된 비대면진료 및 약 배달이 최근 재택치료환자 급증으로 더욱 성행하는 가운데, 비대면진료 앱을 이용한 불법조제·유통 사례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여성이 비대면 진료를 앱을 통해 의사와 전화 상담을 한 뒤 평소 복용하던 경구피임약을 처방받았는데, 처방약과 다른 약이 배달됐다. 
 
배달된 약은 국내서 유통이 허가되지 않은 불법 복제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약 봉투에 약사명·약국명이 기재돼 있지 않고 이용한 앱에서도 약국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추후 문제를 일으킨 약국이 한약사가 개설한 서울 소재 모 한약국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한약사회는 이 약국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동안 약사들은 한약사의 약국 개설에 강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에 직능 갈등도 재점화됐지만, 궁극적으로는 비대면 진료 자체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 없는 모양새다.   
 
앞서 의·약계가 우려했던 약물 오남용 및 책임소재 불명확 등의 문제가 결국 터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가 발생한 모(某)플랫폼 업체와 한약사회 측은 “개인 일탈 문제”이라고 선을 긋었지만 약사회는 “개인 일탈을 넘어서 비대면 진료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남구약사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환자와 약사 간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처방전 감사·복약지도 등 없이 약이 배달되도록 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여러 피해자들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도 4일 성명을 통해 “무허가 불법 의약품을 비대면 진료 환자에게 투약·배달한 것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조제 시에도 처방약 봉투에는 약국명·약사명 등이 반드시 기재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해당 플랫폼과 연계된 한약사 개설약국은 약사법상 기본 준수사항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혁노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결국 약사회가 일찍이 경고했던 문제가 터졌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이제라도 불법을 조장하고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플랫폼 업체에도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한 “불법행위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의 구조적 문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년 초 약사 온라인 커뮤니티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가 ‘배달앱 불법신고센터’를 신설하고 플랫폼 중 하나인 닥터나우 제휴 약국 명단을 공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 양측 갈등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 측은 “제휴 약국 리스트를 수집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등 불법 사찰 수준의 영업방해를 행하고 있다”면서 업무방해·명예훼손으로 약준모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이곳은 제휴약국 보호를 위해 ‘처방전 거부 약국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